10·16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자 텃밭을 지켜냄으로써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격전지로 떠오른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를 진두지휘하며 승리를 따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부산을 7차례나 찾는 등 정치생명을 걸다시피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막판까지 조국혁신당, 진보당과 치열한 3파전이 펼쳐진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에서 이겼다.
한 대표와 이 대표가 총력전을 펴면서 이번 선거는 온 국민의 주목을 받았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여야 대표 중 한명이 텃밭에서 패배했다면 당내 리더십이 크게 추락할 수 있었다. 여러 악재에도 텃밭 두 곳을 모두 지켜낸 한 대표로선 이제 당내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이 대표도 이번 선거에서 ‘호남 대안 정당’을 내건 조국혁신당을 누르고 호남지지세를 재확인한 성과를 냈다. 한 대표는 개표 후 “국민 뜻대로 정부여당의 변화와 쇄신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듯이, 지금부터 본격적인 여권 정비에 나서야 한다. 국민 시선은 이제 내주 초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자리로 옮겨가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향후 ‘윤·한 갈등’의 향방을 가를 수도 있다. 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의료위기 해법, 김 여사 문제,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관련한 민심을 솔직하고 가감 없이 전달해야 한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씨가 연일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폭로를 이어가면서 당내 친윤·친한계가 극심한 갈등을 겪는 것도 한 대표가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일부 친윤진영의 방송패널들은 한 대표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거침없이 내고 있다. 이런 내분(內紛)상황에선 민주당이 어제(17일) 재발의한 ‘김건희 특검법’ 국회 처리과정에서 4표 이상의 추가이탈표가 나올 소지가 다분하다. 한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확인한 보수지지세를 바탕으로, 앞으로 강력한 지도체제를 구축해서 당을 조기에 안정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