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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로부터 우리를 지켜낼 노래들

등록일 2024-10-14 18:13 게재일 2024-10-1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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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레시피’ 앨범 커버.

의미 있는 앨범 하나를 내게 되었다.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세 곡의 노래가 담겨있는 디지털 EP 앨범 ‘기후 레시피’다. 기후위기와 관련된 세 곡이 수록된 이 앨범은 오는 10월 15일 정오에 모든 음원사이트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기후위기라는 문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작년, 한 예술 사업을 만나면서부터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로’라는 이름의 예술인 파견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는데, 이는 사업에 지원한 각종 기관과 예술인들을 매칭하여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활동을 하도록 지원하는 내용의 사업이다. 나는 작년부터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고 여러 예술인들과 더불어 서울에 있는 마을 카페인 ‘즐거운 반딧불이’와 매칭이 되었다. 즐거운 반딧불이가 예술인들과 함께 해 나가려고 했던 일은 기후위기에 예술활동으로 한 번 맞서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나를 비롯한 참여 예술인들은 자주 모여 이 문제들에 대하여 공부를 하고 세미나를 갖기도 하며 우리가 직면한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배울 수 있었고, 우리가 가진 능력을 활용해 어떠한 방식으로 대응해 나가면 좋을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기도 하였다.

우리가 내어 놓은 결과물은 몇 가지가 있었지만 내가 중심을 잡고 이끌었던 것은 일명 ‘기후송’이라 부르기로 한 캠페인 송을 제작하고 이를 디지털 싱글로 발매하는 프로젝트였다. 작년 10월에 발매된 ‘땅으로부터’가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이다. 당장 그 파급력이 발현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는 뜻 깊은 노래를 만들어 배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팀원들과 기관, 재단 관계자들까지 모두 공감해주었다. 대중들에게 널리 보다 즉각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하는 숙제를 남긴 채 첫 해의 사업은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2년차, 즐거운 반딧불이와의 논의 끝에 기후송 제작에 조금 더 무게를 싣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따라 여섯 명의 예술인으로 이루어진 현재의 모습으로 예술인 집단을 재구성했다. 리더인 싱어송라이터 강헌구 님을 필두로 나(싱어송라이터 강백수)와 싱어송라이터 이매진 님이 각각 한 곡 씩을 만들어 세 곡으로 이루어진 앨범을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싱어송라이터 각자가 하나씩 기후 캠페인을 진행하여 이를 통해 곡의 내용을 확보하기로 하였다. 이 캠페인 전체를 지원하고 활동 전반의 컨트롤 타워 역할은 베테랑 연극인 권기대 님이 맡게 되었고, 영상예술인인 정훈 님과 최휘찬 님이 이 모든 과정을 기록하여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게 되었다.

강백수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
강백수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

첫 번째 곡인 ‘나의 작은 기후 선언’은 내가 만들고 부른 곡이다. 즐거운 반딧불이를 찾아주신 손님에게 기후위기를 막아내기 위해 직접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일들 한 가지씩을 적어달라고 부탁드렸다. 수십 분의 손님들이 사소하지만 중요한 실천거리들을 적어주셨고 이를 바탕으로 노랫말을 완성했다. 나는 이 노래를 통해 많은 이들이 자신이 행할 수 있는 작은 실천에 대해 고민해보길 바란다. 작고 사소한 걸음일지언정 모두가 함께 내딛는다면 그것은 그 어떤 도약보다 위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곡은 강헌구 님의 ‘기후 레시피’. 강헌구 님이 즐거운 반딧불이에서 운영하는 ‘탄생화(탄소 중립 생활화)’ 모임과 함께 친환경 세제 만들기 활동에 참여하며 만들게 된 노래다. 지구를 해치지 않고 청결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친환경 세제 레시피를 아주 깜찍하고 발랄한 멜로디에 담아 누구라도 한 번 쯤 만들어보고 싶게 만드는 중독성 있는 노래다.

세 번째 곡은 타이틀곡으로, 이매진 님의 ‘나는 나무잖아’. 이매진 님은 이번 활동 기간 중에 가로수의 생태에 관심을 갖자는 취지의 ‘트리허그’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수많은 시민들이 가로수를 힘껏 끌어안으며 감사와 애정의 마음을 일깨우게 된 의미 있는 행사였다. 이매진 님은 노래 속에서 직접 한 그루의 가로수가 되어 도시의 한켠을 지켜내는 외롭고도 고단한 마음을 서정적으로 노래했다.

우리는 이 노래들이 반드시 히트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누군가의 귀에 닿고 마음에 닿아 그들의 삶의 궤적을 미세하게나마 이 행성의 생태계를 지켜내는 방향으로 틀어볼 수 있다면 대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당장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비건채식주의자가 될 수는 없다. 다만 노래 몇 곡 들어보며 나와 이 아름다운 행성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잠시 가져볼 수는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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