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대로라면 오는 12월이면 동해 심해 유전 탐사시추가 시작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시작되는 이번 심해 유전탐사는 한국의 에너지 안보에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성공 확률 20%에 많은 국민이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성공 시 돌아올 국가적 이득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만약 전문기관의 예측대로 이곳에서 석유와 가스가 생산된다면 한국은 석유가스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입지가 바뀌게 된다.
그러나 포항 영일만항 인근 해역에서 벌어지는 국가적 사업인 심해 탐사에 포항지역 주민들은 걱정스러움을 떨치지 못할 이유가 있다. 지진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민들은 2017년 11월 발생한 5.4 규모 지진으로 재산상 손실은 물론 엄청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지진으로 100여 명이 다치고 건물이 붕괴 위험에 도달한 것을 목격하고 받은 충격은 지금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특히 지진 발생의 원인이 지열발전소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동해 탐사시추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당시 지진은 지열발전소가 지층으로 주입한 물이 단층대를 건드려서 발생한 것이다.
영일만 앞 해역에서 전개될 탐사시추는 최소 5번에서 10번의 시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럴 경우 포항 주민들은 심해 2km를 뚫어야 하는 시공 과정에서 지진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지난 8일 포항에서 개최된 ‘동해 탐사시추 전문가 토론회’는 시추의 안전성 검토 및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석유공사 관계자는 “이번 탐사시추와 지진발생은 연관성이 없다”며 “유체 주입이 없는 전통 석유개발 방식으로 시추한다”고 밝혔다. 실례로 1972년부터 현재까지 동해 시추공 32곳의 반경 32km 이내에서 지진이 발생한 보고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대 김광희 교수가 “불확실성의 재난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지진에 대한 종합적이고 과학적인 대비는 필수다. 국가적 대형 프로젝트의 결정적 장애가 생기지 않게 장기적 안목에서 지진에 대비하고 포항시민을 안심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