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내 한 슈퍼마켓에서 본지 기자가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전자담배를 샀더니 가게주인이 신분증 요구없이 담배를 건넸다는 기사를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우리사회가 10대 청소년이 거리낌없이 담배를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기자가 24시 무인매장에도 들러 자판기에서 전자담배를 구매했더니, 본인 대조 절차 없이 타인 신분증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전자담배 구입이 이처럼 쉬워지니 청소년 흡연인구가 늘 수밖에 없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청소년(중1∼고3)들의 액상형 전자담배 흡연율이 2020년 1.9%에서 지난해 3.1%로 증가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청소년의 60%정도는 현재 궐련담배(일반담배)를 피운다는 통계가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과일 향을 첨가해 담배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고, 다양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부모들도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담배사업법상 연초 잎이 들어간 담배는 온·오프라인 판매가 금지되지만, 액상형 전자담배는 ‘공산품’으로 분류돼 어디서든 판매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최근 청소년에게 액상형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것을 강력하게 단속하는 추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온·오프라인에서 광고판촉을 해도 아무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청소년에게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이 최근 조선일보 금연정책 콘퍼런스에서 “담배사업법상 담배정의를 모든 종류의 니코틴 포함 제품으로 개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 말에 공감이 간다.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법적으로 규제하지 않고 현 상태로 두면 청소년 흡연인구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
일반 담배처럼 액상형 전자담배도 상습 흡연하면 중독위험이 크고, 폐암을 비롯한 다양한 암의 발병 원인이 된다.
지난 6월에는 일주일에 액상 전자담배 4000개를 피워 폐절제술을 받은 영국 10대 소녀가 얼굴이 파랗게 변하고 심장마비 직전까지 갔다는 사연이 보도된 적도 있었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사회적 경계심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