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의학교육 투자 방안’은 의대 증원에 따른 시설·기자재 확충을 위해 내년부터 2030년까지 약 5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원이 늘어나는 의대 32곳에 내년 1조1641억 원을 투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이다. 국립대 교수를 2027년까지 1000명 증원하는 데 필요한 인건비도 포함돼 있다.
관련 예산이 마련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의료붕괴 위기’라는 급한불을 끄는데는 별 실효성이 없는 내용이다. 의료계에서는 정부발표에 대해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가 가능하다면서 막대한 설비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최근 “의료계가 합리적 방안을 제시한다면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했었다. 대구경북 지역 의료계에서도 정부가 일시적인 숫자확대와 면피용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이 지금 걱정하는 것은 추석연휴부터 벌어질 의료대란이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떠난 병원에 군의관과 공보의, 진료지원 간호사를 배치하고, 재정을 대거 투입해 응급실 의료인력을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의료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누가봐도 땜질 처방이기 때문이다.
의료공백 사태가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전공의와 의대생이 참석하는 대화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려면 그들이 테이블에 앉을 명분을 줘야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그저께 ‘일단 모이면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재검토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문제도 얘기가 되지 않겠나’라고 한 말에 해법이 있다. 정부가 ‘2025학년도 재조정 불가’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의료계가 협의체에 참여할 명분을 원천차단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는 만약 내년에도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을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의료붕괴가 진행되고 정권도 위험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여야의정 협의체 가동을 성사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