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서 폐기된 이 법안은 화장실 없는 아파트에 비유될 만큼 다급한 법안임에도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22대 국회로 넘겨졌다. 1978년 우리나라가 원자력 발전을 시작한 이후 50년 가까이 쌓여온 사용후 핵연료를 처분하기 위한 방폐장 건립에 관한 법안으로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도 나와 있다.
그동안 쌓여온 사용후 핵연료가 1만8000여t에 이르고 있고, 원전내 임시저장시설은 거의 포화상태다. 한빛원전은 2030년, 한울원전은 2031년, 고리원전은 2032년이면 더 이상 저장할 수가 없다. 원전가동이 중단될 수도 있다.
특히 고준위방폐장을 완성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최소 37년이나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방사성폐기물 처리 과정에 원전주변 주민들의 관심이 비상하다. 원전주민들은 원자력내 임시 설치된 건식저장고가 영구 저장시설로 바뀔 것을 우려하고 있는 형편이다.
원전산업은 탄소중립과 인공지능(AI)산업 발전에 따른 전력수요 폭증을 감당할 유일한 대안이다. 탈원전을 주장하던 유럽 주요국들이 원전으로 회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원전생산 상위 10개국가 중 방폐장 부지 선정에 착수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인도뿐이다. 국가 원전산업의 발전과 안정적 유지, 원전국으로서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 원전지역 주민들의 부담감 해소 등을 위해 고준위법의 국회 통과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다. 그러나 이번 심의 과정에 야당의원의 법안 내용이 올라오지 않아 또다시 공전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도 있다. 국회가 쟁점없는 민생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여야가 대승적 차원의 약속을 한 만큼 고준위법의 통과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