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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에 대한 존경

등록일 2024-08-19 18:34 게재일 2024-08-2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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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의 하루는 사실 위대한 순간들로 가득 차 있다. /ideogram

지난달에 아들이 태어났으니 이제 약 50일 정도를 함께 한 셈이다. 그 중 아내의 회복을 위한 입원 기간과 산후조리원에 있던 기간을 제외하면 내 손으로 육아라는 것을 하게 된 지 한 달 남짓 되었다. 육아는 고단하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프리랜서 형태로 일을 하기 때문에 아내와 둘이 함께 아기를 돌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생아 육아는 쉽지 않다. 세 시간 반에 한 번 아기는 분유를 먹는다. 분유를 타고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고 잠투정을 받아주다 다시 잠을 재우는 과정은 아무리 빨리 해도 한 시간 이상이 걸린다. 두 시간 쉬고 다시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것인데, 체감적으로는 물 한 번 마시고 나면 또 아기가 깨어나 밥을 달라고 보채는 기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백일의 기적’을 우리는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정말 그 무렵이면 아기가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백일까지 우리를 버티게 해 주는 것은 두 가지 정도가 있다. 하나는 그래도 우리의 아기가 너무나도 사랑스럽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 과정을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육아 선배들이 이미 경험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우리에게만 존재하는 고단함이 아니라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이겨냈고 앞으로도 그러하리라는 사실은 때로는 위로가 되고 때로는 오기가 되어 다시 마음을 다잡게 만들기도 한다. 육아는 평범한 행위이다. 다시 말하자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 어려움을 극복해내었고 누구에게나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평범하다고 해서 위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강한 책임감으로 한 생명을 끌어안고 고단한 시절을 보낸다는 것은 숭고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그걸 해내었거나 해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생각한다.

육아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평범하지만 위대한 일들이 아주 많고 매일같이 그것을 해내며 살아가는 위대한 사람들도 아주 많다. 나는 살면서 ‘나인 투 식스’라고 이야기하는 고정된 출퇴근 시간에 맞추어 살아본 일이 많지 않다. 그런데 직장 생활을 하는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면서부터 그런 삶을 가까이서 바라볼 기회가 생겼다. 매일 아침 이른 시각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늦지 않게 회사에 출근한다는 것은, 그것을 언제나 해 나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별 것 아닌 것이라 느껴질지 몰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이 보기에는 매우 대단한 일이다. 처음 결혼생활을 시작할 때는 나도 함께 아침 일찍 일어나 웃는 얼굴로 아내의 출근을 배웅한 뒤 힘차게 하루를 시작해야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언젠가부터는 침대에서 간신히 손만 뻗어 아내에게 인사를 건넸고, 또 언제부터는 아내의 출근을 보지 못한 채 홀로 아침을 맞이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회사에 출근해서도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하루는 계속된다. 회사에 책상이 있다는 것, 아니면 근로 현장에 자신만의 포지션이 있다는 것은 무언가를 책임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출근 하지 않는 프리랜서 예술인인 나 역시 책임감을 느끼며 내 직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책임감이 있는 것과 책임이 주어지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이다. 나는 필요한 시간만큼 책임감의 스위치를 켰다가 다시 끌 수 있지만, 조직에 속한 사람들은 최소한 그 조직의 업무시간 만큼은 지속적으로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 역시 일상성에 가려져 있어서 그렇지 사실은 매우 무거운 일이며 대단한 일이다. 자신이 놓여 있는 자리에서 자신이 속한 조직이 원활하게 굴러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분명 위대한 일이다.

강백수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
강백수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

퇴근해서는 어떤가. 우리는 또 다른 호칭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을 맞이하곤 한다. 부모, 자식, 때로는 친구라는 호칭조차도 책임감을 요할 때가 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역할 또한 잘 해내며 살아가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나의 경우처럼 육아 전선에 뛰어들기도 하고 부모님을 챙기기도 하며 외로운 친구들에게 어깨를 내어주기도 하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들이다. 그 과정마저 해내고 나면 진정한 자유시간이 잠시 주어지기도 하는데, 그런 순간에마저 다음 날을 또다시 위대하게 보내기 위해 절제력을 발휘하곤 한다.

평범한 이들의 평범한 하루는 사실 이토록 위대한 순간들로 가득 차 있다. 그렇기에 모든 평범한 사람들은 존중받아야 하고 더 나아가 칭찬을 받아야 마땅하다. 남들이 그렇게 해 주지 않더라도 스스로부터 자신을 존중하고 칭찬하며 매일을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위대하게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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