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의 중요성과 건강 관리<br/>‘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간<br/>바이러스·만성 간질환 등 원인<br/>간세포 손상·염증 발생 확률 ↑피곤함·소화불량·부종 등 주의
간에는 신경세포가 적게 분포되어 있어 상태가 심각하게 나빠지기 전까지는 간질환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침묵의 장기’로도 알려져 있다. 소화불량, 피곤함, 부종 등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대부분 비특이적인 증상이다. 즉, 이러한 증상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간질환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증상이 없다고 해서 절대로 안심해서도 안 된다. 특히 간염은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간섬유화 과정을 거쳐 간경변증, 간세포암종(이하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어 초기에 잘 발견하여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간질환의 대표적 원인, 간염
간질환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간염이다.
간염이란 간세포가 손상을 입고 망가져 염증이 발생한 상태를 의미한다.
간염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바이러스간염이 75~90%이고 술로 인한 알코올간염이 15~20%, 최근에는 비만과 관련된 비알코올성지방간, 자가면 역간질환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국내 바이러스간염의 대표적 원인인 B형간염 바이러스가 60~70%, C형간염 바이러스가 15~20%를 차지한다.
6개월 이상 특정 간질환이 지속될 때 만성 간질환으로 진단할 수 있다. 만성 B형간염은 현재까지 완치가 불가능하지만 만성 C형간염은 완치가 가능하다. 최근 만성 B형간염의 대표적인 치료약제로는 엔테카비어(바라크루드), 테노포비어(비리어드, 베믈리디), 베시포비어(베시보) 등이 있다. 이 약제들은 각각의 효능, 부작용, 건강보험 급여기준이 다를 수 있어 약제를 선정할 때는 반드시 담당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적정 체중 유지가 중요
비알코올지방간은 최근 대상이상 지방간질환으로 명명이 변화하는 추세이다.
주당 알코올 음주량이 남성은 420g, 여성 350g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 알코올 관련 간질환으로 정의할 수 있다.
주당 남성 210g, 여성 140g 이하이면서 대사이상(비만, 당뇨, 혈압, 중성지방, 이상지질혈증 중 한 가지 이상에 해당)이 동반된 경우는 대사이상 관련 지방성 간질환(MASLD), 음주량이 그 중간에 해당하는 경우는 대사이상 지방성 간질환과 알코올 섭취 증가(MASLD and increased alcohol intake·MetALD)로 정의한다.
지방간을 방치하면 간염, 간경변증, 간암을 일으킬 수 있기에 적절한 진단과 예방, 치료가 필수적이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의 경우 일반 인구의 25~30%에서 발견될 정도로 매우 흔하며,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향후 심혈관 합병증이나 당뇨의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본인 체중의 5%를 감량하면 지방증이 호전되고 10%를 빼면 간섬유화 정도가 호전된다고 알려져 있어 생활습관 변화를 통한 체중감량이 중요하다.
◇조기 발견이 중요한 간경변증
만성간염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간섬유화 과정을 거쳐 간경변증으로 진행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간이 나빠지면 일반적으로 피로감, 식욕부진, 복부팽만감, 소화불량, 복통, 황달, 붉은색 소변, 다리 부종, 복수, 코나 잇몸 출혈, 위장관 출혈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간경변증은 초기에는 일반 간염과 마찬가지로 관리만 잘하면 얼마든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
하지만 간경변증이 진행되어 여러 가지 합병증이 나타나면 정상 간으로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간경변증 초기인 대상성 간경변증일 경우 10년 넘게 생존할 확률이 90% 이상으로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합병증이 나타나기 시작한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들의 경우 말기가 되면 생존할 확률이 30% 수준으로 낮아진다.
특히 간성혼수나 복수 등 합병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1~2년 사이에 사망할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남성에게 발병 비율이 높은 간암
간암은 국내에서 여섯 번째로 흔하게 발생하는 암으로, 남성 간암 발생률이 여성에 비해 훨씬 높다.
간암 생존율이 다른 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증상이 거의 없어 발견되었을 때는 간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암도 일찍 발견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초기 간암은 간절제술, 고주파열치료술과 같은 근치적 치료가 가능하며 방사선치료와 간이식도 고려할 수 있다. 최근 국내 최초로 간암의 중입자치료가 가능해짐에 따라 치료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태이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이 간질환도 조기에 발견하면 대처가 가능하지만 진행된 후에는 진단이나 치료가 어려운 질병 중 하나이다. 따라서 간수치 이상으로 내원한 환자들이나 간질환 고위험군(바이러스간염, 알코올간염, 지방간 등)은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에 진단하여 환자 상태에 맞는 적절한 치료로 이어지도록 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자료출처: 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지
글 : 이혜원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