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3월 30일 오후 2시 26분.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로널드 레이건(1911~2004)이 총에 맞는다. 워싱턴 힐튼호텔 앞에서 전용차에 오르던 레이건을 향해 존 힝클리가 권총을 쏜 것. 불과 3m 앞이었다. 총탄은 심장을 12cm 비껴갔다.
피격 후 레이건은 생사가 오가는 수술을 받는다. 그 와중에도 메스를 잡은 의사에게 “당신 공화당원 맞지? 민주당 지지자 아니지?”라는 농담을 했다고.
회복 직후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레이건. 무대에 오른 그의 뒤편에서 풍선이 터진다. 총성으로 오해할 수 있는 큰 소리였다. 그럼에도 레이건은 어깨도 움찔하지 않았다. 이어지는 농담에 긴장한 참석자 모두가 폭소했다. “이번엔 날 맞히지 못했네.”
2024년 7월 13일 오후 6시 15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8)가 피격 당한다. 펜실베이니아 유세 도중 먼 거리에서 날아온 총알에 맞았다. 오른쪽 귀에서 피가 흘렀다. 총탄이 5cm만 왼쪽을 향했다면 사망했을 수도 있었을 터.
그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트럼프는 손을 치켜 올리고 청중을 선동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마친 트럼프는 총격 사건 후 며칠도 지나지 않아 웃는 얼굴로 다시금 유세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유세장은 다중에 밀집하는 공간. 또 다른 테러의 위험성이 상존하는 곳임에도.
레이건과 트럼프는 평가가 엇갈리는 사람이다. 열성적 지지자 이상으로 둘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니 항상 크고 작은 위험 속에서 살았거나, 살아간다.
어쨌건 트라우마(Trauma·정신에 지속적 영향을 미치는 충격)라는 단어를 무색하게 만든 둘의 배짱 하나는 ‘삼국지’의 맹장 장비(張飛)를 넘어서는 것 같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