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날을 살게 될 것이다. 나는 이제 죽음으로 불릴 것이며, 운명은 나를 세상의 파괴자로 만들었다.”
지금으로부터 79년 전 오늘인 1945년 7월 16일. 세계 제2차대전을 한시바삐 끝내고 싶었던 미국이 핵폭탄을 만들기 위해 진행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핵심 인력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 ~ 1967)가 인류 최초의 핵실험인 ‘트리니티(Trinity)’를 지켜본 후 내놓은 한탄이다.
과학은 인류의 행복과 편의 확장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건 당위. 그러나, 세상일이란 당위가 아닌 현실적 조건에 의해 휘둘리거나 왜곡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핵폭탄 또는, 원자폭탄이라 불리는 대량 살상무기의 개발도 그런 우여곡절 끝에 완성됐다.
실상 인간은 수만 년 전부터 분쟁과 다툼을 이어왔다. 민족과 종교, 인종과 욕망 따위의 이유로 죽고 죽이며 제 영역을 넓히려 한 것. 하지만, 핵폭탄의 탄생은 이전 시대 전쟁과 이후의 전쟁을 전혀 다른 양상으로 만들어버렸다.
화살을 쏘거나 칼을 휘둘러 한두 명을 죽이는 전투가 아닌, 투하되는 폭탄 하나로 한꺼번에 1백만 명 이상을 불태워 버리는 시대로 전이시킨 것이다. 이것은 인류사의 발전인가? 퇴화인가?
전쟁 관련 기술의 발달은 이제 탄두를 매단 로켓이 태평양이나 대서양을 건너가 1만km 밖의 사람들 수백 만 명을 죽일 수 있는 핵폭탄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러시아는 그걸로 우크라이나 여자와 아이들을 위협하고, 북한은 그걸 미국과의 정치적 협상 수단으로 과시한다.
‘죽음’과 ‘세상의 파괴자’를 언급한 오펜하이머의 한탄이 지금도 많은 이들을 겁박 중이다.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