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비즈발 만들기에 푹 빠졌다. 최근 들어 만나는 지인들에게 새로운 비즈 만들기 취미에 대해 이야기하면 모두 비즈발이 대체 무엇이냐고 물어온다. ‘옛날 주택 현관문이나 가게 출입구에 많이 걸려 있던 것 있잖아요!’ 라고 말하면 모두가 그제야 알아챈다.
비즈발은 햇빛 차단용 또는 통풍 그리고 가림막 형태로 많이 사용된다. 문이나 창문을 가릴 정도의 크기라 어느 정도 사이즈가 있지만, 요즘 내가 푹 빠진 비즈발은 창문가나 벽에 거는 손바닥 남짓한 크기의 비즈발이다.
한참 유행중인 비즈발 만들기는 이렇게 작은 사이즈 크기로 원하는 그림을 도안으로 그려 만드는 캐릭터 비즈발이 트렌드다.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도안으로 그려, 형형색색의 구슬을 사용하여 미니 비즈발을 만드는 것이다.
만드는 방법 또한 쉽다. 늘어나지 않는 실과 색색의 구슬들만 있으면 충분하다. 실 끝이 풀리지 않도록 잘 묶어준 뒤 그림을 그린 도안을 따라 구슬을 색에 맞춰 끼워주면 된다. 한 줄씩 완성된 비즈들을 모아보면 꽤 그럴듯한 비즈발이 완성된다. 실 한 줄에 구슬을 차례대로 꿰는 단순 작업 반복임에도 묘하게 중독되는 것은 손을 움직이면서 머릿속의 잡생각을 비우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특성 덕분일 것이다.
포털 사이트 검색어 트렌드에 비즈발을 검색했을 경우 지난 4월 중순부터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7월인 현재에는 약 2배가량 증가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유튜브에 비즈발 만들기 키워드를 검색했을 경우 가장 많은 콘텐츠의 조회수는 87만 회를 기록하고 있으며, 인스타그램의 경우엔 #비즈발 해시태그가 포함된 콘텐츠 수가 약 1000개 정도 노출되어 있을 정도다.
가만 보면 비즈 꿰기는 참 재밌다. 구슬 하나라도 잘못 꿰게 되면 전체적인 그림에 묘하게 티가 나기 때문이다. 가까이서 집중하고 보면 어디에 구슬이 잘못 꿰어졌는지 표가 나긴 하지만 멀리서 본다면 그저 하나의 근사한 작품으로 보인다. 여기서, 지난 밤 또다시 돌려보았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스터츠, 마음을 다스리는 마스터’ 속의 스터츠 박사의 말을 떠올려 본다.
삶의 고통과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이 고통 속에서 인간이 해볼 수 있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다. 이 의지를 갖기 위해서 해볼 수 있는 것은 ‘진주 목걸이 기법’이다. 여기서 진주는 행동이고 목걸이는 행동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행위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차려 먹는 행위도 진주알 하나이고, 내 삶에 깊게 각인될만한 업적 하나도 진주알 하나다. 결론은 진주알에는 더 훌륭하거나 반대로 훌륭하지 않다는 가치가 없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진주알로 대입해 그저 계속 행동하며 나아가는 것이다.
진주와 비슷한 모양새의 비즈는 어떤가. 비즈알을 명주실에 꿸 때의 집중력, 하나하나 꿰어갈 때의 느릿해지는 호흡과 비즈알끼리 부딪혀 나는 귀를 자극하는 소리까지 비즈알 꿰기는 삶의 진주 목걸이를 만드는 기법과 동일한 면이 있다.
비즈의 표면이 매끄러운 것이 있는 반면 어딘가 깨져있거나 금이 가 있거나 또는 구멍이 너무 작아 실에 잘 꿰어지지 않는 구슬도 있다. 진주알에 대입했던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하루는 엉망진창 일수도, 또 다른 하루는 삶의 가장 큰 기뻤던 하루로 남아있을 수 있겠으나 ‘나의 일상’이라는 본질엔 변함이 없다. 그러니 유독 그 하루가 일이 풀리지 않는다 한들, 또는 실패의 연속인 나날이라며 주눅 들어 있든 일상은 나의 삶이므로. 멋진 비즈발이라는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삶은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지, 성공과 실패라는 결론이 중요하지 않으므로.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비즈를 실에 꿰어 하나씩 모으다 보면 어느새 멋진 비즈발이 완성되어 있다. 세상에, 이렇게나 빨리 내 손으로 이걸 만들었다고? 벽에 걸어 두었더니 여름의 토마토가 그려진 작품이 하나 완성되었다.
물론 가까이서 보면 작은 티끌 하나로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 부분이 있고, 본드 자국도 난무하지만 뭐 어떤가. 서툴지만 사랑스럽고 때론 너무 진지해서 픽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이 평소 나의 모습이 아니던가. 그러니 오늘도 다시 책상 앞에 앉아 비즈를 뒤적이며 하나의 작품을 준비해본다. 평소 같았다면 불만투성이인 여름의 초입일 테지만, 좋아하는 일을 손으로 하며 그럭저럭 여름을 잘 나볼 마음의 준비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