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영국 귀족이 키가 작은 이유

등록일 2024-07-10 18:22 게재일 2024-07-11 19면
스크랩버튼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먹는 게 고급이고 자라는 환경도 위생적이다. 게다가 유년기부터 폴로와 사냥으로 다져졌기에 체격이 크고 훤칠할 수밖에 없는 성장 조건.

영국 귀족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상하다. 공작과 후작, 백작과 남작 작위를 가진 영국인 후손들의 키가 20세기 초반에 부쩍 작아졌다. 왜일까?

세계 제1차대전. 영국 귀족들이 장교로 대거 입대한다. 기마병을 이끌던 경우가 흔했다. 전투에 나선 귀족 출신 장교들은 병사를 앞세우고 자신은 뒤로 물러나 명령만 내리는 걸 ‘비겁’이라 인식했다.

총알 쏟아지는 전장에서 가장 먼저 돌격했고, 수많은 귀족 장교들이 전사했다. 모두 키 크고 허우대 좋은 청년들. 그들이 떼죽음을 했으니 유전 법칙에 따라 영국 귀족 후손들 키가 눈에 띄게 작아진 것이라고.

군대 지휘관은 솔선하고 책임지는 자리다. 별을 달고 으스대는 자리가 아니다. 2차대전에서 영국과 맞붙었던 독일의 지휘부 중 다수는 패전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공군 원수 헤르만 괴링, 친위대장 하인리히 힘러, 선전부장관 요제프 괴벨스. ‘추악한 나치’라고 비난받아 마땅한 이들이지만, 그건 별개의 문제로 치고.

군인다운 군인, 장교다운 장교가 드물어진 세상이다. 한국 60만 군인 중 장성은 겨우 400여 명. 최고위급 지휘관인 장성이 술에 취해 민간인과 불화를 일으키고, 부하의 손바닥에 담뱃재를 털고, 자신이 지휘하는 부대에서 일어난 사고의 책임을 피해가려는 태도로 시종하고….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수해 현장에서 숨진 채모 상병 부대의 최고 지휘관 임성근 소장은 ‘혐의가 없다’고 한다. 해병대 출신 지인이 한숨을 쉰다. “이러니 영이 설 수 있겠어요?”

/홍성식(기획특집부장)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