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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술

등록일 2024-06-19 19:50 게재일 2024-06-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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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유대인들의 지혜를 담은 책 ‘탈무드’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술을 처음 마시기 시작할 땐 양같이 온순하지만, 조금 더 마시면 사자처럼 사납게 되고, 거기서 더 마시며 원숭이처럼 춤을 추고, 폭주하면 토하고 뒹구는 돼지가 된다.”

술에 관한 비유 중 이처럼 적절한 걸 찾아보기 쉽지 않다. 선현들은 술을 마실 때도 자제력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오죽하면 주도(酒道)란 말까지 있을까. 과하면 도리를 벗어나게 만드는 게 술이다.

한국인의 ‘술 사랑’은 유명하다. 필부필부부터 대통령까지 신분에 상관없이 많은 양이건 적은 양이건 술을 즐겨왔다. 김영삼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은 비교적 나이가 많아 집권했으니, 술을 크게 즐기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40대에 대통령이 된 박정희와 전두환은 주량이 상당했다고 한다. 박정희의 경우 촌로들과 막걸리를 즐겨 마셨고, 동시에 청와대 인근 안가에선 위스키 시바스 리갈을 즐겼다.

보스 기질 다분했던 전두환은 부하 장교들과 호방한 술판을 벌이는 게 여러 영화에서 묘사된 바 있다. 1980년대 청와대에서 가족 행사를 끝낸 전두환이 취한 모습으로 동생의 부축을 받는 영상도 남아있다.

현직 윤석열 대통령 또한 애주가의 면모를 드러내는 경우가 흔했다. 막걸리병 뚜껑을 여는 방법을 알려주는 모습이 방송을 통해 보여졌고, 전통시장을 찾았을 땐 해산물을 가리키며 “이런 안주엔 소주 한잔이…”라며 웃기도 했다.

다 좋다. 대통령이건 회사원이건 기호품으로서의 술을 즐기는 걸 누가 탓하랴. 다만 ‘유주무량 불급난’(唯酒無量 不及亂·마시는 양에 한정을 두지 않되 정신이 혼미해져서는 안 된다)이란 ‘논어’ 구절을 먼저 새겨야 할 터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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