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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여중생 성폭행… ‘죄와 벌’

등록일 2024-06-10 18:54 게재일 2024-06-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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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지금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흐릿하게 남았지만, 사건 당시의 놀라움과 대중의 분노는 크고 높았다.

2004년. 밀양 지역 남자 고교생들이 여중생 한 명을 성폭행했다. 후안무치한 범죄에 가담한 학생들이 자그마치 44명이라는 사실은 더 큰 충격이었다.

18세였던 성폭행 가해자들은 밀양의 여러 고교에 재학 중이었다. 범죄의 잔인성 탓에 밀양이라는 도시 자체가 여론의 돌팔매를 맞았다.

14세에 불과한 어린 여학생을 유인해 돌아가며 성폭력을 저지른 건 물론, 때리고 협박했으며, 돈까지 뺏은 고교생들의 인면수심(人面獸心)은 당연지사 엄한 벌로 이어져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죄를 저지른 고교생 중 10명만이 기소됐고, 20명은 소년부 송치로 마무리됐다. 13명은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결론이 났다. 수사 결과를 접한 이들은 “참을 수 없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분노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 사건은 잊혀져갔다. 가해자들은 18세 고교생에서 38세 성인이 됐다. 결혼을 하고 자식도 낳았다. 그들이 최근 두려움에 떨고 있다. 한 유튜버가 “밀양 성폭행 가해자 44명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 이미 몇 명의 신상이 알려졌고, 얼굴과 직업이 공개된 가해자가 다니던 인기 좋은 식당은 문을 닫았고, 직장도 이들의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공적 처벌이 아닌 사적인 단죄 방식은 옳지 않다’는 견해가 있으나, ‘그때 제대로 받지 않은 벌을 지금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라스콜리니코프가 주인공인 소설 ‘죄와 벌’그리고, “하늘에 죄를 지으면 숨을 곳이 없다”는 공자의 말이 떠오르는 오늘이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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