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삼성그룹을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도약시킨 획기적 전기가 된 사건으로 유명하다.
1993년 6월 7일. 이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임원 200여 명을 불러모아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 내지 2.5류가 된다”며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 모두 다 바꿔라”라는 강도 높은 주문을 했다.
이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삼성은 경영의 핵심가치를 양에서 질로 전환하고, 품질경영으로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한다. 기업주의 비전 제시가 성장으로 이어진 모범적 사례로 평가된 선언이다.
프랑크푸르트 선언 2년 후인 1995년의 일이다. 삼성 생산 휴대폰 15만대가 불태워지는 이른바 ‘애니콜 화형식’이 거행된다. “품질은 나의 인격이자 자존심”이라는 구호 아래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운동장에서 거행된 휴대폰 화형식 후 삼성의 휴대폰 시장 국내 점유율은 놀랍게도 4개월 만에 50%를 차지한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많은 기업의 본보기로 회자되는 것은 선언적 의미 이상의 기업성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지난달 파업을 결의하자 국내 경제계의 관심이 삼성의 파업 움직임으로 쏠리고 있다. 무노동 경영을 고수하던 삼성에서 파업선언이 나온 것만으로 쇼킹한 일인데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시점이라 삼성이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에 버금갈 제2의 선언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의 국내 경제 기여도는 국내 기업 중 단연 1위다. 삼성의 대응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