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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칼, 한 손에 쿠란

등록일 2024-05-20 19:02 게재일 2024-05-2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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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젠 들라크루아作 ‘이단자와 파샤의 전투’.1827년. 시카고 예술원. 영국의 시인 바이런의 시 ‘이단자’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이슬람의 탄생은 동방 오리엔트를 설명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역사다. 최근 세계 갈등의 불씨를 끊임없이 일으키는 기독교와 이슬람 세계는 주지하다시피 하나의 신으로부터 출발한다. 이슬람이란 말 뜻 역시 ‘아살라마’(asalama), 즉 ‘복종하겠나이다’이다. 불교에서 ‘나무아미타불’에서 ‘나무’, 즉 ‘귀의하겠나이다’와 비슷한 의미다.

7세기 초, 비잔티움과 사산조 페르시아는 끊임없는 전쟁으로 육로와 해로의 실크로드가 사실상 휴식기에 접어들었다. 문화란 물과 같아서 막히면 돌아가고, 팬 곳은 채운 후 흐르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전쟁터를 피해 아라비아사막을 가로지르는 대상로가 개발되자 메카와 메디나가 중심도시로 주목받는다.

이때 무함마드가 등장했다. 570년 그는 메카의 명문가 꾸레이시 가문에서 태어나 623년까지 62년을 살았다. 유복자로 태어나 여섯 살이 되던 해에 어머니마저 곁을 떠났고 팔레스타인, 시리아 등지를 다니며 힘겹게 대상 활동을 했다. 당시 혼란한 사회와 처한 삶에 대한 회의가 일었다. 이때 기독교와 유대교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는 늘 명상에 잠겼다. 붓다가 그랬듯 고집멸도(苦集滅道), 생로병사(生老病死), 괴로움과 번뇌 등 인간 사회의 모순에 대한 해결책에 몰두했을 법하다.

나이 40세가 되던 해인 610년 하느님(알라)으로부터 계시를 받는다. 메카의 히라 동굴에서 대천사 가브리엘을 만나면서, 이후 예언자가 된다. 예언자, 즉 유대교 전통에서 나온 개념으로 신의 뜻을 전달하는 대변인, ‘신의 입’을 뜻한다. 이로써 하늘, 즉 절대적인 신을 인간 세상의 잣대로 표현하는 우상숭배 타파, 평등과 평화를 강조하는 이슬람교를 완성한다.

중국 서쪽 끝 신장위구르자치구 투루판 여성들. 이슬람을 믿는 이들은 생활습성은 물론 모습과 언어까지도 중국과 다르다.
중국 서쪽 끝 신장위구르자치구 투루판 여성들. 이슬람을 믿는 이들은 생활습성은 물론 모습과 언어까지도 중국과 다르다.

어느 종교든 태생기에는 시대에서 파생된 의붓자식이자 이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슬람이 순식간에 퍼진 것은 당시 세계를 호령하던 비잔티움과 사산조 페르시아제국 영향이 컸다. 622년 무함마드는 이들을 피해 추종자들과 함께 메디나로 이주해 절치부심 초석을 다진다. 이때를 헤지라(Hegira-이동), 즉 ‘이주의 날’로 정해 이슬람력의 원년으로 한다.

부족 간 분쟁을 평정하고 이슬람 공동체로 결속을 다진 무함마드는 메카를 정복해 교세 확장에 획기적인 기반을 마련했다. 전쟁에서 종교적인 색채를 첨가해 이슬람을 형성하기 위한 성스러운 전쟁, 즉 지하드로 인식하게 했고, 결국 지금까지 그 정신이 내려오고 있다.

무함마드도 인간인지라, 632년 메카로 순례하러 가던 도중 열사병에 걸려 객사했다. 그러나 예수처럼 3일이 지나도 부활하지 않았다.

‘한 손에 칼, 한 손에 쿠란’, 많이 들어본 소리다. 결론적으로 이 말은 서구 시각에서 조작한 것이다. 이슬람은 정복지라 해도 결코 개종을 강요하지 않았으며,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포용 정책을 폈다. 무엇보다 무함마드는 용기와 더불어 공평하게 정책을 펼치면서 점령지 사람들로부터 무한한 존경을 받았다. 그는 특히 입상진의(立像盡意), 즉 형상을 만들어 뜻을 강조해 전달하는 로마 가톨릭과는 경계를 분명히 했다. 포교를 위해 아이콘을 만들 수 없었다. 따라서 무함마드 모습을 상상하는 것조차 불경이다.

이렇게 기독교 사촌 이슬람은 전성기를 맞는다. 사촌이라 함은 이슬람 역시 히브리 성서에 근거한 종교란 뜻이다. 같은 창조주 하느님에 대한 신앙과 심판, 종말론 등 기본적 종교관의 골격을 공유하고 있어서다.

이슬람은 예수를 인간으로 보는 가톨릭의 아리우스파와 맥을 같이하면서, 더 나아가 철저한 일원론적 유일신 사상을 확립했다. 삼위일체가 가톨릭, 정교, 개신교의 기본 교리라면 이슬람은 아담에서 아브라함, 다윗, 모세, 예수로 이어지는 성경의 선지자는 신이 보낸 인간 예언자일 뿐이며, 무함마드는 ‘봉인’ 곧 마지막 예언자라고 한다. 그 때문에 복음을 완성하는 사명을 지녔다고 보는 시각이다. 현세에서 선악의 행위에 따라 최후의 날 신의 심판을 받는다는 정명사상(正名思想)처럼 구원과 응징으로 나누는 내세관은 천국의 법에 따라 움직인다.

터키 이스탄불. 동양과 서양을 가르는 보스포루스해협.
터키 이스탄불. 동양과 서양을 가르는 보스포루스해협.

성서 종교(아브라함)의 개념 자체가 유대교의 야훼, 기독교의 하느님, 이슬람의 알라는 같은 창조주를 지칭한다. 하나의 창조주라는 개념과 종말론, 메시아사상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다음에 올 메시아가 누구냐 하는 데 대한 해석에 따라서 기독교와 이슬람교로 나뉜다.

현세에 일어나는 종교 갈등은 인류 욕망의 찌꺼기다. 인간과 민족, 국가의 이해에 따라 폭력을 생산하고, 스스로 희생당하기도 한다. 그때의 잣대로 오늘을 재단하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다.

예수가 30세에 세례를 받아 가르침을 시작했고(누가복음 3장), 부처는 35세에 정각(正覺), 즉 깨달음을 얻었다면, 무함마드는 40세에 계시를 받았다. 이 일련의 간격, 5는 어떤 의미일까. 세속에서 풀 수 없는 형이상(形而上) 의미가 담겨 있을 법하다. 영화 ‘닥터 지바고’에 나오는 대사다.

“인간은 생을 살려고 태어난 것이지 다음 생을 준비하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다. 미뤄야 할 행복은 없다.” /박필우 스토리텔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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