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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장과 의협회장의 난타전

등록일 2024-05-13 19:22 게재일 2024-05-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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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광역시장이나 도지사는 ‘도백(道伯)’으로 불린다. 대구광역시의 인구는 대략 237만 명. 홍준표는 그 도시의 도백이다. 또 다른 명칭으로 부르자면 ‘오십만호장(4명을 1개 가구로 환산한 수치·50만 가구를 통치하는 수장)’쯤. 칙령(勅令)이 아닌 시민의 선택으로 오른 자리이니 역할은 더 크고, 책임은 보다 무겁다.

임현택은 이 나라 의사협회장. 수십 억 자산을 가진 강남의 부모들을 포함한 한국 아버지·엄마 다수가 제 자식을 그 자리에 앉히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의사들의 상징적 우두머리다. 자신의 말이 가지는 무게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입장.

최근 이 둘이 인터넷상에서 주고받은 설전을 본다. “한 나라의 흥망은 그 나라 언어의 흥망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그리스 철학자의 말을 가져다놓을 것도 없다. 둘 모두 정제되지 못한 거친 단어와 문장을 사용한다.

임 회장이 “돼지 발정제로 성범죄에 가담한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고 시장을 하는 것도 기가 찰 노릇… 그러니 정치를 수십 년 하고도 주변에 따르는 사람이 없는 것”이라 하니, 홍 시장은 “더 이상 의사 못하게 그냥 팍 고소해서 집어넣어 버릴까보다.… 세상이 어지러워지니 별 X이 다 나와서 설친다”고 받았다.

국가의 수준은 그 국가를 이끄는 자들의 어법과 무관치 않다. 여론을 선도한다는 세칭 ‘오피니언 리더들’은 ‘국격(國格)’을 입버릇처럼 말한다.

묻고 싶다. 위에 인용한 막말이 국격을 높이고 있나? 자신들의 인격을 의심하게 하는 언사는 아닌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독일 사람 마르틴 하이데거가 쓴 문장이다. 대구시장과 의사협회장, 두 사람에게 던지는 질책 같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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