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끝없이 싸우고 있다. 될 수 있으면 같은 공간에 머무르려고 하지 않는다. 화해를 위해 잠시 같은 공간에 앉았다가도 돌아서면 다시 으르렁거린다.
그 사이 지역 현안이나 발전은 미뤄지고, 이는 다시 상대방을 탓하는 재물이 돼 또다시 싸운다. 그만 하라고 만류하던 사람들도 이젠 지쳤다. 소통과 협치를 외쳤지만, 어느 하나 양보할 생각이 없다. 안동시와 안동시의회가 이렇게 싸운 지 벌써 2년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이후 지속된 두 기관간 반목과 갈등을 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따갑다. 항간에서는 이번 임기 내 이들이 화해하는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들 예상하기도 한다.
다만, 이르면 이달 중 싸움이 이어질지 아니면 소통과 협치의 길로 새롭게 나아갈지 결정될 수도 있다. 17일부터 안동시의회가 임시회를 열어 안동시 집행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 심의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안동시는 2천400억 원 규모의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지역의 각종 현안해소와 침체된 경기 활성화 등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여기에 남은 2년을 위한 대규모 조직개편도 의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안동시의회도 후반기 의회를 이끌 의장단과 원 구성 논의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이들은 2년밖에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지역발전을 위해 제대로 일하고, 2년을 밑거름 삼아 새로운 4년을 기대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각오들이다.
이제 무대는 만들어 졌다. 먼저 이번 임시회에서 안동시의회가 집행부의 예산을 얼마나 원안대로 통과시켜 주는지가 관건이다. 옳고 그름을 따져 시의 예산을 심의하는 것은 의회의 고유 권한이다. 다만 분위기에 편승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치면 안된다.
안동시는 이번 추경에 안동경제를 견인할 굵직한 부지 매입과 저출생 극복, 전통시장 활성화, 가정용 상수도 반값 공급 등 시민의 삶과 밀접한 부분에 주안점을 뒀다고 밝히고 있다.
시의회는 보다 면밀히 따지고 들여다보돼 문제가 없다면 관련 조례를 만들거나 개정해 사업 추진의 길을 열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이후 문제점이 발생한다면 이를 보완하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집행부를 질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안동시와 시의회 모두 시민들을 위해 일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큰 부분에서 두 기관이 시민들을 위해 일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다만 그 일하는 방식이 싸움이 아닌 소통과 협치가 된다면 시민들이 두 기관을 바라보는 시선도 좀 더 따듯해지지 않을까.
이번 임시회에서 서로 양보하고 화해의 손을 내민다면 앞으로의 2년은 지금까지의 길과는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으로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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