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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만원의 얼굴

등록일 2024-04-28 18:37 게재일 2024-04-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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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 작가
유영희 작가

더불어민주당에서 총선 기간에 발의한 전 국민 25만 원 지역 화폐 지급에 대해 논란이 많다. 국민의힘은 말할 것도 없고 개혁신당과 민노총, 진보를 자처하는 언론사까지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고물가, 고금리 상황에서 실질소득을 보충할 필요가 있으며, 지역 화폐라서 실질적인 민생 회복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코로나19 때 재난지원금 14조 원 이상을 풀었지만 전체 투입 예산 대비 26.2~36.1%의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났을 뿐이고, 고소득 계층은 소비 변화의 폭도 크지 않았다고 하면서, 전 국민을 지원하는 방식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다.

이런 논란을 보면서, 나에게 25만 원은 적은 돈이 아니기에 주면 좋지 하는 마음도 있지만, 단 1회만 주는 25만 원으로는 실질소득 증가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기 때문에 13조 원의 예산을 이렇게 써도 되는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이미 작년 재정적자가 87조 원이라고 하니 더 걱정스럽다.

그래서인지 13조 원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용혜인 의원의 보충 설명이 충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반대입장과 맞장토론이라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러다가 인플레이션 공부까지 하게 된다.

총 6부로 진행되는 EBS1의 ‘돈의 얼굴’ 중 지난주 방영된 3부 ‘돈이 떨어졌습니다’에서는 인플레이션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영상에 나오는 어느 노동자는 월급이 80만 원일 때가 더 행복했다면서 지금은 월급이 두 배로 올랐지만 물가는 더 올라서 오히려 그때가 더 좋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제작진은 M사 햄버거 가격 변동을 보여주며 인플레이션의 위력을 증명해준다. 1960년에는 45센트로 햄버거 한 개를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12분의 1조각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정말 물리적으로 객관적으로 우리 삶이 팍팍해졌나 하는 의문도 든다. 이런 의문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이 영상에 흥미로운 댓글이 달려 있다. ‘지금은 부모 세대보다 노동시간이 줄었고, 지난 50년간 명목 임금은 100배 이상 올랐으며, 공산품 물가가 오르기는 했지만 임금 상승 비율과 비교하면 오히려 낮아졌다. 인플레이션을 조장하는 주요 원인은 물가가 아니라 집값, 정확하게는 땅값인데, 서울의 강남 땅값은 3천 배 올랐다. 물가가 오른 것이 아니라 욕망이 많아졌다.’ 실제로 2020년 동아일보에도 짜장면 50배, 돼지고기 133배 오를 때, 1인당 소득은 415배 늘었는데, 그래도 통장이 텅장 되는 이유는 집값과 소비 욕구 때문이라고 분석해놓은 기사가 있다.

이런 자료를 보면, 25만 원이라는 지원금이 인플레이션 조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겠다. 그러나 87조 원 재정적자 상황에서 13조 원은 적지 않은 금액이고, 매출 증대 효과가 미흡하다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좋겠다. 혹시나 돈을 풀어서 정부만 이득을 본다는 토마스 사전트 교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원금 방식은 더욱 신중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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