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김일윤 후보 공방… 22대 총선에서도 ‘뜨거운 감자’<br/> 먼저 불 지핀 김석기 후보<br/> 한 달 만에 철회 발표하자<br/> 김일윤 후보 공약 재점화<br/> 동경주 주민 반대하지만<br/> 시민 대다수 찬성 분위기
선거 때마다 경주 이슈로 부각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경주 도심권 이전’이 이번 22대 총선에서도 어김없이 등장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한수원 본사는 주민투표로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경주에 유치 결정한 후 이전이 확정됐고, 2016년 4월 문무대왕면 장항리로 옮겨 신사옥 이전 기념식을 가졌다.
한수원은 연 매출액(2022년 기준)이 10조6077억원이며 본사에는 직원 13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현 본사는 위치가 다소 외진 곳이어서 2009년 사옥 신축 이전 후보지 결정 당시 적정성 여부를 놓고 지역을 크게 달궜다.
도심권에서 경주 전체를 봐야 한다고 나서자 동경주(감포읍, 문무대왕면, 양남면) 주민들은 주민투표 때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문무대왕면으로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심 변경 이전을 염두에 뒀던 정수성 국회의원과 백상승 전 경주시장은 여론이 갈라져 골이 깊어지자 결국 기존 예정지로 이전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하며 잠재웠다.
이후 시정을 맡은 최양식 전 시장이 도심 이전을 재추진했다. 2011년, 최 시장은 한수원 본사 위치를 황남동 ‘배동지구’로 잠정 내정해 놓고 여론 추이를 지켜보기 위해 수면 위로 밀어 올렸다. 배동지구는 경주역에서 4km, KTX신경주역에서 5.6km 정도로 시내 지역과 인접한 지구로서 교통이 편리하고, 도심과도 연계 발전 가능하다는 점, 그 후광 효과를 지역 전체로 퍼트릴 수 있다는 부분 등으로 도심권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당시에도 동경주 주민들이 일어나 극렬히 반대하는 바람에 도심 이전은 백지화됐다.
동경주 주민들을 제외하고 현 한수원 본사를 바라보는 경주시민들의 속내는 불편하기 그지없다. 동경주 경제에는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경주 지역 전체로 볼 때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한다. 더욱이 한수원 직원들이 경주 도심보다 가까운 울산에서 출퇴근을 하는 모습을 보고는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22대 총선이 다가오면서 시민들 사이에선 이 문제 해결을 잘할 수 있는 인사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적잖았다. 여론을 감지한 국민의힘 김석기 국회의원이 먼저 불을 지폈다. 김 의원은 지난해 말 한수원 본사를 도심으로 이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7대 비전’을 발표하며 시동을 걸었다. 역시 동경주 측의 큰 저항이 일었다. 김 의원은 결국 한 달 만에 철회한다는 공식 발표를 하며 물러섰다.
김 의원이 발을 빼자 이번에는 선거 상황을 지켜보던 김일윤 전 국회의원이 ‘한수원 본사 도심 이전’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고 무소속 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그는 한수원 본사 도심 이전 없이는 경주가 나락으로 떨어진다며 연일 이 문제를 이슈화시켰다.
김일윤 후보는 지난 2일 급기야 중앙시장 유세에서 “한수원 본사 이전을 위한 확실한 절차로 한수원이 경주대를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수원측은 3일 “한수원 본사 경주 시내 이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한수원은 “해당 건은 계약이 아니라 신경주대학교 측의 매수 요청에 따라 사용 용도와 관계없이 부지의 측량 및 감정평가를 이행하기 위해 법적·행정적 구속력이 없는 가계약 수준의 MOU에 불과하다”며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한수원이 경주대 부지 인수 양해각서에 날인을 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폭발력을 낳았다.
한수원 도심 이전에 대해 시민들은 대다수가 찬성하는 분위기다. 김석기 의원이 비록 접긴 했으나 추진한 것도 그런 여론이 밑바탕이 됐다. 한수원 본사가 경주에 온 후 이 문제를 공식화 하지 않은 단체장은 현 주낙영 시장이 유일하다.
백상승, 최양식 전 시장이 심혈을 기울였음에도 도심권 이전이 성사되지 못한 것을 잘 알기에 나서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재선인 주 시장도 3선 고지에 오르면 이를 공론화 할 가능성이 높다. 그 역시 사석에선 한수원 본사 도심이전 필요성을 역설하곤 한다. 시장이 하든, 국회의원이 진행하든 간에 이 사안은 동경주 주민들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동경주 주민들은 최양식 전 시장이 산업단지 조성을 비롯, 엄청난 혜택을 부여하겠다고 했음에도 꿈적도 하지 않았다.
경주에선 이 문제만 나오면 지역이 딱 갈라진다. 그럼에도 선거 때만 되면 늘 고개를 내밀고 올라오고 있다. 그런데는 이유가 있다. 한수원 도심 이전을 바라는 시민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이 그걸 모를 리 없고, 그래서 활용해 보려고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한편 국힘 김석기 후보와 무소속 김일윤 후보는 4일 ‘한수원 도심 이전 계약 체결’ 부분과 관련, 공방을 벌였다. 김석기 후보 측은 이날 김일윤 후보가 지난 2일 발표한 ‘한수원 경주대 이전 계약 체결’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에 해당된다며 그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관련기사 3면>
김일윤 의원은 여기에 맞서 이날 오후 성명서를 통해 “지난 2일 공개한 계약서는 한수원 직인과 경주대 총장의 직인이 담긴 내용이고 양측이 매입과 매매를 위한 절차를 모두 완료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며 허위사실이라고 하는 것은 시민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민심을 어지럽게 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황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