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네/무궁화 우리 강산이 망하였구나/가을 등불 아래 책을 덮고 지난 역사 헤아리니/인간 세상 식자(識者) 노릇 참 어렵구나”
- 황현 ‘절명시’부분
한말사대가는 강위(1820~1884)와 김택영(1850~1927), 이건창(1852~1898), 황현(1855~1910) 네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들은 한문학이 공식 문장으로 활용되던 마지막 시기에 하나의 문학 그룹을 이루며 활동했으며, 높은 수준의 한문학으로 자신의 시대를 기록한 명망가들이었다.
매천(梅泉) 황현이 살다 간 시대는 국내외에서 패권 충돌이 끊이지 않던 위망과 격변의 시기였다. 일생 동안 지역과 신분에 얽매이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과 교유했고, 그들과 함께 굴곡진 역사의 노정을 헤쳐 나갔다.
멀리 외딴섬에 유배된 벗을 찾아가 밤새 위로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벗을 조문하러 천 리 길을 떠나고, 일제에 맞서 저항한 사람들을 위해 거침없이 붓을 들었던 황현의 모습은 그에게 내재된 휴머니스트의 면모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정감의 발로는, 스러져가는 조선 왕조에 대한 의리를 지키고 지식인의 책무를 다하고자 절명의 선택으로 이어졌다.
‘매천 황현 평전’(소명출판)은 국망의 위기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인간 황현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구한말의 대표적인 우국지사·일제에 목숨으로 항거한 강직한 선비정신의 표상·냉철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한 근대사의 보고 ‘매천야록’의 저자로 각인된 황현의 인생을 풀어낸 책이다.
일제가 국권을 침탈하자 ‘절명시’(絶命詩)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그가 1864년부터 1910년까지 약 47년간의 역사를 서술한 ‘매천야록’(梅泉野錄)은 구한말 상황을 이해하고 근대사를 연구할 때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저자인 정은주 영남대 한자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황현과 관련한 여러 사료를 재구성하며 천재 시인이자 우국지사 황현의 면면을 좇는다. 굴곡진 역사를 헤쳐가면서도 멀리 외딴섬에 유배된 벗을 찾아 위로하고, 밤새도록 시국에 대해 토로하기도 했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