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선물을 받았다. 경주예술의전당이 준비한 한수원과 함께 준비한 2024년 첫 전시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특별전이다. 이번 전시는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근현대 세계미술사를 망라한 최대 규모의 전시로 서양 미술사의 흐름을 고전부터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대규모 기획전시다.
경주예술의전당의 행사 참여시 연락처를 남긴 덕분에 문자를 받고 첫날에 방문했다. 블로그에서 친구로 등록하면 미리 전시나 공연 정보를 공유해주니 여러 방법 중에 자신이 편한 방법으로 소식을 접할 수 있다. 1월 16일 시작일이어서인지 관람객이 소수여서 그림 감상하기가 더 좋았다.
입구에 들어서자 벽면 가득 모네의 작품 ‘봄’을 크게 프린트해 놓았다. 전체적으로 한 톤 다운된 흐릿한 풍경이 몇 해 전 유럽 여행에서 비 오는 풍경을 찍은 산과 들의 벚꽃과 너무 닮았다. 그렇게 첫 방에 들어갔다.
‘서재의 젊은 남자와 소박한 식사’라는 제목의 그림을 지나자 블리엣의 ‘성 바보 교회의 실내’라는 큰 그림은 우리가 마치 교회 안에 들어온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반 뒤어스의 ‘노인이 노래하면 젊은이는 피리를 불어라’ 속의 가장은 아기를 안고 세 명의 아이는 피리를 분다. 할머니는 대나무로 엮은 독특한 의자에 앉아서 잘 보이지 않는 노랫말을 읽느라 돋보기로 애를 쓴다. 특히 할아버지의 시선이 관람객인 우리를 향했다. 무슨 노래일까 상상하며 두 번째 방으로 이동했다.
빅토리아시대 영국 낭만주의 라파엘 전파 방이다. 윌리엄 터너의 에칭과 수채화로 그린 풍경화다. 로렌스 알마타데마의 장남의 죽음은 성경에 모세가 애굽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데리고 나올 때 열 번째 재앙을 떠오르게 했다. 존 에버렛 밀레이의 ‘한땀! 한땀!’의 구도는 진주 귀고리 소녀랑 닮았고 ‘뻐꾹!’이란 제목의 그림 속 소녀의 손가락이 새를 가리키는 것 같다. 그림에 새는 없지만 뻐꾹뻐꾹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인상주의 이전 낭만주의에서 사실주의 혁명까지 19세기 객관적 사실주의 리얼리즘 방의 페나의 ‘숲속의 그리스인 가족’은 십자수 놓은 듯 색이 선명했고 탬버린을 들고 있어서 집시 같기도 했다. 네 번째 방은 인상주의 그림으로 폴시낙의 점으로 표현한 핑크 분위기의 항구가 보이고 그 유명한 로댕의 작품 이브가 까맣게 섰다. 그 앞에 인상주의 이후의 폴 세잔의 판화와 고흐가 그린 늙은 남자의 초상 목탄 그림이 보인다. 뭉크, 로트렉, 드가 이름만으로도 설레게 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계속된다.
아방가르드한 피카소, 마티스, 모딜리아니 사실주의 리얼리즘 팝아트의 보태르, 데이비드 호크니의 ‘프랑스풍의 역광’을 지나 앤디 워홀의 세 가지 색깔의 똑같은 그림이 나란하다. 이제 그림은 막바지로 달려 남아프리카 예술작품으로 마무리한다. 마지막 그림은 필립스라는 이름의 키 큰 남자가 우리를 내려다본다. 이 방의 그림들이 조명에 반사되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게 흠이었다. 그러함에도 이번 전시 작품은 미술 관련 책에서도 본 적 없던 작품이라 신선함 그 자체였다.
이 전시를 가능하게 한 필립스 부인은 런던에서 거주할 때 자주 방문했던 미술관과 유사한 것을 고국에 만들 결심을 하고 갤러리를 설립했다. 남아공과 영국 금융계 거물들을 설득해 프로젝트에 보조금을 지원하게 하고, 소장품 기증도 받았다. 또 직접 그림을 구입하기도 했다. 그렇게 1910년에 미술관 문을 열었다. 이번 전시 작품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국립미술관인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의 소장품으로서 145점의 세계 명화와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명작들로 이루어졌다. 주말은 혼잡하니 평일에 관람을 권한다.
/김순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