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신라월성연구센터 ‘숭문대’<br/>‘실감월성해자’ 주제 특별기획전<br/> 1천500여년 전 건립영상 등 눈길
최근에 문을 열고 실감 나는 미디어아트로 월성의 모습을 재연한 곳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2023년 특별기획전시로 마련한 ‘실감월성해자’라는 제목으로 체험할 수 있다. 교촌마을 건너편에 신라월성연구센터 ‘숭문대’가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입구에 앉아서 사진을 찍으라고 마련한 코너가 우리를 반겼다. 사진을 찍는 우리에게 해설사가 다가와 코너에 꾸며 놓은 식물의 사연을 들려주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월성 해자 내부 퇴적층에 대한 정밀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여기에서 나온 흙을 그냥 버리는 것이 아니라 체로 치고 걸러내니 신라시대의 동물 뼈, 식물 씨앗, 목제 유물이 쏟아졌다고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가시연꽃, 자라풀꽃, 개연, 부들의 모양을 만들었고 30㎝ 작은 나무배와 토우도 함께 꾸몄다.
토우의 모습은 동아시아인의 모습을 본떠 만들었는데 신라가 여러 나라와 교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기대하며 1전시실의 커튼을 열었다. 들어서자마자 눈이 환하다. 1985년 1월 19일, 그날의 유적을 조사한 일기를 훔쳐보는 것처럼 영상이 흘렀다. 함께 간 지인이 나에게 1985년에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살았느냐고 물었다. 아직은 중학생이던 시절이었다. 일기를 시작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1천500여 년 전 신라 월성 해자의 건립과 고쳐 만드는 과정, 그 주변의 모습이 지금 내 앞에 펼쳐졌다.
가만히 넋을 놓고 보다가 오른쪽에서 물이 쏟아져 해자에 가득 차는 장면에서는 어찌나 실감이 나는지 부모님과 함께 온 어린 여자아이가 ‘꺄악’ 소리를 지르며 반대편으로 도망을 쳤다. 영상이 흐르는 동안 아이들이 한순간도 쉬지 않고 웃으며 돌아다녔다. 이곳에서는 뛰지 마라, 조용히 해라, 하지 않고 부모님도 함께 뛰놀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가 달려가니 꽃잎이 발걸음 따라 흩날리고 해자의 물고기를 잡으려 아이들이 달리면 물결이 일었다. 고 퀄리티의 영상에 빠져들었다. 조용히 걸으니 내 뒤로 발자국이 새겨졌다.
월성 해자는 1984년 주변 시굴 조사 과정에서 처음으로 확인했다. 이후 2021년까지 간헐적으로 조사하면서 규모와 구조 변화 과정을 밝혀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4세기 후반, 해자가 처음 만들어질 당시에는 땅을 파서 길게 이어진 도랑이었다가 8세기로 넘어갈 무렵에는 가장자리를 돌로 마감한 7개의 연못으로 바뀌었다.
2전시실로 가는 통로에도 미디어아트가 있다. 출토된 유물을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한 영상으로 토우와 배가 둥둥 떠가고, 가시연꽃 씨앗이 꽃으로 피어나고, 곰 뼈가 귀여운 곰으로 변하는 순서로 상영되며 복숭아 씨앗이 꽃으로 변하며 2전시실로 가라고 꽃화살표로 말한다. 2전시실에는 출토된 동물의 뼈가 개, 돼지, 곰, 말이 되어 자유롭게 뛰놀고 식물 씨앗은 나무로 꽃으로 밀밭으로 일렁인다.
숭문대에는 전시 말고도 ‘월성이랑발굴교실’이라는 발굴조사 해설(오전 10시)과 체험(오후 4시)을 할 수 있다. 프로그램 예약은 네이버에서 ‘월성이랑’을 검색해서 신청 가능하다. 오전 9시 30분에 문을 열고 오후 5시 30분에 입장 마감한다. 11시 30분~오후 1시까지는 점검 시간이다.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당일에 휴관하며 관람료는 무료다. 아직 덜 알려져서 주말에 가도 조용히 즐길 수 있다. 월성 해자에 달이 뜨는 풍경 앞에서 인생샷을 찍길 바란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