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2030 엑스포는 경쟁 초기부터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로 꼽혔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국제적 행사인 엑스포를 유치하는 데 실패하였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엑스포 관련 주식으로 꼽히던 건설주, 항공주, 숙박 및 유통 관련 주식들이 일제히 하락세에 빠졌다는 소식마저 전해진다. 유치 실패의 파장이 정치,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작용하리라는 예측이 들려온다.
그런데 궁금하다. 우리는 왜 엑스포를 유치해야 했던 걸까. 물론 전 세계적인 행사라는 점에서 엑스포 유치가 갖는 장점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외의 보도 자료를 살펴보자면 단순히 많은 관광객이 방문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추상적인 전망 외에는 별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부산광역시는 엑스포 유치가 지역 개발 및 성장 동력이 되어줄 것이라 판단했다고 하지만, 그 또한 추상적으로 느껴지기는 매한가지이다. 오히려 지역 개발이 장기적인 발전 계획 없이 국제적 행사 유치 여부에만 달려있는 것이라면, 이 또한 이상한 이야기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2030 엑스포의 부산 유치와 관련된 PT 및 영상에서는 어떤 구체적인 설명을 찾기 어려웠다. 왜 엑스포를 부산에서 해야 하는지, 부산은 어떤 곳이고 어떤 강점이 있는지 등의 구체적인 정보 대신, 유명 배우와 아이돌의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만 가득 차있을 뿐이었다. 배경음악으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사용된 것도 의아하다. 미래를 지향하는 엑스포의 가치가 무색하게, 구태여 10년 전의 유행가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했어야만 하는 걸까? 그것도 부산에 대한 노래도 아닌 서울 ‘강남’에 대한 노래를? 대체 왜?
이처럼 부산 엑스포의 PT 영상에는 부산에 대한 로컬리티 대신 조악한 국뽕만이 가득하다. 그래서일까, 영상을 보고 있자면 과연 이것이 누구를 위한 영상인지 알 수 없다는 느낌이 든다. 세계 각국의 투표자를 시청자로 가정하고 만들었다기에 이 영상은 너무나도 조악하다. 어떠한 설명도 서사도 없이 단지 유명 인사들이 ‘부산!’하고 외칠 뿐인 이 영상을 보고, 어느 누가 부산에 투표하겠는가.
이것이 비단 PT 영상만의 문제는 아닐 듯 싶다. 관련 보도 또한 한심하긴 매한가지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유력 신문에서는 이번 엑스포 유치 실패를 오일 머니를 넘어서지 못한 것이라 평가하며, 아쉬운 석패처럼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아니다. 엑스포 유치 투표에서 부산은 2차 투표도 치르지 못했다. 리야드가 119표, 부산이 29표, 로마가 17표를 얻음에 따라, 전체 2/3의 득표를 얻은 리야드의 유치가 1차 투표만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이걸 과연 아쉬운 패배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럼에도 이런 구차한 워딩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
결과적으로 이번 유치 시도는 엑스포라는 행사에 대한 몰이해와 우리가 가진 역량과 장점에 대한 몰이해가 빚어낸 해프닝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는 결과적으로 엑스포의 취지에 걸맞는 홍보를 하지도 않았고, 부산이라는 도시의 강점을 세계에 알리지도 못했다. 필수적인 정보가 담겼어야 할 자리에는 유명 인사들의 해맑은 웃음만이 가득 찼을 따름이다. 하기사, 정작 같은 나라의 국민들마저 부산 엑스포 유치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세계의 어느 누가 그 당위성과 필요성을 알아준단 말인가.
문제는 또 있다. 과연 우리나라에 지금 엑스포와 같은 국제적 행사를 유치할 역량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엑스포와 같은 국제적 행사는 단지 유치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 가진 미래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다양한 행사 및 전시를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는 국제적 행사인 세계 잼버리 축제를 파행으로 마무리 지은 경력이 있지 않은가? 과연 우리가 세계 엑스포를 유치했더라도, 그런 국제적 행사를 잘 개최하고 마무리 지을 수 있었을까? 차라리 유치에 실패한 것이 다행인 것은 아닌지 하는 안 좋은 생각마저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이토록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이유는 뭘까. 어쩌면 세계 잼버리 축제 때와 마찬가지로, 국제 행사 유치라는 치적 쌓기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이건 누구를 위한 치적 쌓기였던 걸까. 누구를 시청자로 가정한 것인지 모호했던 PT 영상의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