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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 같은 팀에서 우승, 특별한 기쁨”

정서영 포항스틸러스 객원기자
등록일 2023-11-07 19:30 게재일 2023-11-0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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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김기동 감독-김준호 선수 父子 ‘FA컵 정상 소감’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한 팀에서 감독과 선수로 우승컵 들어 올린 김기동, 김준호 부자(父子). /정서영 포항스틸러스 객원기자

지난 4일 포항에서 열린 하나원큐 FA컵 결승전에서 전북 현대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대한민국 축구의 정상에 오른 포항스틸러스의 김기동 감독과 김준호 선수는 한국 프로 축구역사에서는 처음으로 부자가 한 팀에서 뛰는 것으로 이미 유명하다. 그들은 이번 우승으로 국내 축구 역사에서 한 팀에서 함께 우승컵을 들어 올린 또 하나의 최초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두 사람을 만나 이에 대한 소감을 들어봤다.

 

김기동 감독

“잘 성장해 준 아들 고맙고 1년에 한번씩 우승하겠다”

 

김준호 선수

“아버지 첫 트로피 기쁘고 누구보다 열심히 뛰겠다”

 

-우승을 축하드린다. 소감은 어떤가.

△김기동 감독 : 기다렸던 우승이었다. 감독 부임 4년 만이다. 하지만 기쁨이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100% 기뻤다면 모든 일정이 끝나고 선수들과 구장을 나서 각자 집으로 돌아갈 때는 70%였고 자고 일어나니 0%, 다시 현실로 돌아와 있더라. 다음 경기를 다시 준비해야하고 할 일이 많다. 그것이 삶이지 않겠는가. 목표로 했던 우승을 이루었으니 그것을 발판으로 더 준비해서 남은 시즌을 잘 치러 내겠다.

△김준호 선수 : 누구나 프로선수가 되면 우승컵을 들어올리길 소망한다. 그러나 기회가 쉽게 오는 것은 아니다. 저는 예상외로 빨리 그 기회가 왔다. 동료들 덕분이지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아버지와 한 팀에서 우승을 할 수 있어서 기뻤다.

-부자가 한 팀에서 우승 한 경우는 이번이 최초이다.

△김기동감독 : 아들이 고3때 스틸야드에서 대회 결승전을 치르며 골을 넣고 우승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TV로 보면서 내가 뛰었던 운동장에서 아들이 뛰고 있고 거기에 우승까지 하는걸 보며 감회가 새로웠었다. 그런 아들이 졸업을 한 후 프로에 오게 되었고 그 팀이 내가 감독으로 있는 포항스틸러스였다. 처음에는 많은 우려가 있었다. 주위의 시선도 그렇게 곱지만은 않았다. 아들이 데뷔전을 치르고 지금까지 경기에 나서면서 잘 성장해 주었고 함께 우승이라는 순간까지 맞이했다. 정말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일 아닌가 싶다. 축구선수 자식을 둔 다른 선수 출신 축구인들 또한 부러워들 하더라. 내 부담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인데, 그동안 격려와 응원을 많이 해줬다. 정말 감사드린다.

△김준호 선수 : 부자가 한 팀에서 뛰는 것도 최초이고 한 팀에서 우승한 것도 처음이다. 언젠가 아버지와 함께 우승컵을 들고 싶다고 인터뷰했던 적이 있다. 실제로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감독으로서 팀을 이끌고 아버지가 우승한 것이 더 좋은가? 선수로서 뛰면서 아들이 우승한 것이 더 좋은가.

△김기동 감독 : 나는 내가 팀을 이끌면서 우승한 것이 더 좋다. 감독으로서 첫 우승이다. 포항은 시즌을 시작할 때 항상 저평가를 받는다. 다들 하위스플릿, 강등권이라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우승을 만들어 낸 것이 더 뜻 깊다. 아들은 아직은 나이가 있으니 선수로서 우승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는가.

△김준호 선수 : 솔직히 아버지가 우승한 것이 더 좋다. 난 앞으로 열심히 뛰면 또 기회가 있을테고…. 그동안 옆에서 지켜 본 아버지는 경기를 앞두고 매번 연구하고 고민하는 등 정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4년간 우승 커리어가 없어 안타까웠다. 선수로서도 우승을 하게 되서 기뻤지만 아버지께서 간절하게 바라던 것을 이루셨기에 너무 기분 좋았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 싶다.

-아버지가 같은 팀의 감독이라 힘든 점은 없었는가.

△김준호 선수 : 처음 입단할 때는 형들 눈치도 많이 보였다. 그리고 다른 또래들에 비해 실력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점도 있어 많은 우려들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많은 고민 끝에 선택해 주셔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그간 이런저런 부담이야 왜 없었겠는가. 다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아버지의 명성과 팀 지도에 누가 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게으름 피우지 않고 누구보다 더 열심히 할 생각이다. 그게 아버지와 나 모두 사는 길이다.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김기동 감독 : 이제 첫 우승을 해 봤으니 앞으로도 더 많은 준비를 해서 1년에 한 번씩 우승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웃음).

△김준호 선수 : 우리 팀의 주장 승대 형은 10년 전 신인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는데, 이번에는 주장 완장을 차고 우승컵을 안았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고 멋있더라. 나도 열심히 해서 10년 뒤에는 포항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우승컵을 들고 싶다. 그리고 리그 501경기를 치른 아버지처럼 선수로서 오래 뛰고 싶다.

/정서영 포항스틸러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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