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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 추모’ 경북교사 1천500여 명 휴가로 무언의 항의

이창훈 기자 · 곽인규 기자 · 김락현 기자 · 장은희 기자
등록일 2023-09-04 20:15 게재일 2023-09-0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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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지역 교사 절반이상이 동참<br/>포항 일부학교는 全교사가 병가<br/>수업변경·조기하교 등 혼란 빚어 <br/>포항서 ‘공교육 회복의 날’ 다짐식<br/>교육청 차원 추모행사 1천명 참석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연 ‘49재 추모제’에서 동료 교사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연 ‘49재 추모제’에서 동료 교사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이초 젊은 교사가 안타깝게 삶을 마감한 이후 49재일이자 ‘공교육 멈춤의 날’인 4일 경북교사중 1천 500여명 이상이 연가나 병가 등 휴가를 내는 방식으로 추모에 뜻을 함께 하고 교권추락에 대한 무언의 항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본지가 경북교육청을 비롯 각 교육지원청을 취재한 결과 구미교육청 820여명, 포항교육청 267명, 경산교육청 160여명, 김천교육청 120여명, 영주교육청 100여명, 상주교육청 70여명 등 1천570여명을 훌쩍 넘는 교사들이 병가를 내면서 아동학대로 처벌받는 작금의 교육현실에 대한 분노와 정상적 교육활동의 회복을 바라는 간절함을 표현 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대도시를 중심으로 상당수 교사가 병가를 낸 반면, 지역 소도시에서는 인원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대비됐다.


평소 경북지역 병가, 휴가자는 보통 200~300여명 선이고, 지역 교사는 초중등 합쳐 2만8천여명에 이른점을 감안하면 이날 병가 교사수는 평소 휴가자의 3배가 넘는 수치다.


이날 구미의 경우 초등교사 1천600여 명중 절반이 넘는 820여명이 병가를 내는 등 어느지역보다 동참열기 높았다.


경산교육청의 경우 소속 880명의 교사 중 상당수 교사가 빠지면서 부족한 교사인력은 학교에서 충원하고 교사가 대량으로 빠진 2개교는 교육지원청이 인력풀을 지원해 수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주의 경우 교육청에서 대체수업을 대비해 인력이 대기중 이었으나 개별학교 자체에서 교감, 교과전담, 보건 양호교사들을 동원해 수업공백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많은 교원이 병가 등을 낸 곳도 있으나 휴가원을 낸 교사가 없는 교육지원청도 있는 등 시군간의 차이도 있었다. 청도교육지원청의 경우 소속 328명의 교사중 참여 교사가 없었고, 울릉도 병가 신청자가 없었다. 문경교육지원청도 코로나 관련 병가자 4명 외에는 참여교사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선 교육청 관계자는 병가를 낸 교사 모두 서울 추모집회에 참가하기 보다 추모분위기에 동참하고 억눌러왔던 교권회복을 바라는 의지를 표하기 위해 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 경북에서는 재량휴업 한 학교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교육청은 자체조사 결과, 이날 많은 교사들이 병가 등을 냈지만 수업결손 등 학생수업에는 큰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출근 않은 교사가 많은 일부 초등학교의 경우 단축수업을 하는 등 수업차질이 빚어지면서 하루종일 어수선한 분위기가 불가피했다.


포항의 일부 학교는 교장, 교감, 그리고 보건교사외 모든 교사들이 병가를 내면서 정상적 수업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구미도 교사 절반 이상이 나오지 않으면서 돌봄교실 형식으로 수업을 하거나 영화감상으로 시간을 떼운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일부는 단축수업을 한 후 학생들을 조기하교 시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자 도교육청은 이날 지역교육청 단위로 장학사와 퇴직교원 등을 투입해 합반, 체험학습 등의 수업을 진행한 곳도 있었지만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경북도교육청도 추모에 동참하기 위해 이날 저녁 6시 30분 포항 북구에 있는 도교육청문화원에서 ‘공교육 회복의 날 다짐식’을 열었다.


이날 다짐식은 경북지역 교사들이 우회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도 저녁 시간을 이용해 함께 슬픔을 나눠 추모하고 공교육 회복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해 경북교육청 자체에서 준비한 행사다.

‘함께 추모하고 서로 다짐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 교직단체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부 서이초 교사 추모식, 2부 교육공동체 다짐식, 3부 교권보호 긴급 지원단 발대식 등의 순으로 개최됐다. 한편, 경북교육청은 이날 교사들의 병가인원을 당초 공개 방침을 바꿔 언론에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등 구태의연한 태도를 보여 아직 지역주민과 제대로 된 소통의지가 의문을 가질 만큼 실망감을 줬다.

이와관련,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교사들의 휴가는 집계자체를 하지않는 타시도 교육청도 있었고, 병가를 낸 휴가원 중 결재가 나지 않은 상황도 있고, 연가신청을 했지만 교장이나 교감의 설득 등으로 복귀한 교사도 있는 등 여러사정으로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창훈·곽인규·김락현·장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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