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남조류 세포수 작년 3배 급증<br/>악취나고 끈적·죽으며 독소 발생<br/>최하류 본댐 앞까지 전역에 확산<br/>K-water 대형녹조제거선 가동
“안동호 주변서 50년 넘게 살았지만 지금까지 이런 녹조는 처음 봅니다. 악취 나고 끈적거리는 물에 발을 담글 수도 없을 정도니….”
22일 오후 안동호 하류 노산리 인근에 사는 장원호(58)씨는 눈앞에 펼쳐진 물감을 푼 것 같은 안동호 녹조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안동호가 역대 최악의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 안동호는 온통 녹색 물감으로 뒤덮여 있다. 인근 예안면 경우 댐과 도랑이 연결된 만곡부위는 폭증한 녹조에 물 수면이 두꺼운 매트를 깔아놓은 것처럼 끈적하고, 덩어리 진 녹조 알갱이가 손에 만져질 정도. 심한 곳은 악취까지 풍기고 있다.
그동안 안동호 상류에서는 여름철마다 당연하다는 듯이 녹조가 발생했다. 인근 주민들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날이 추워지면 자연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녹조가 하류까지 확산된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 안동권지사 관계자는 “1976년 댐 축조 이래 52k㎡ 전역에서 녹조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폭우와 태풍 등으로 녹조를 유발할 수 있는 질소·인 등 많은 영양염류가 호수로 유입된데다 지속된 폭염과 역대 최장기간(12일) 수문 방류에 따라 녹조가 확산된 원인”이라고 밝혔다.
유해남조류 세포수도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지난 14일 기준 댐 상류인 ‘예안교’ 부근 유해남조류수 세포수는 9만4천95cells/㎖에 달했다. 지난달 말 기준 5만5천8개에서 3만개 이상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3만3천376개에 비하면 거의 3배나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안동댐 앞이다. 상류 지역 녹조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매년 발생했지만 최하류인 본댐 앞이 녹조로 뒤덮인 것은 이례적이다. 올해 본댐 앞에서 측정한 유해남조류는 가장 높았던 지난 7일 1만4천190cells/㎖로 측정됐다. 조류경보 ‘경계(1만cells/㎖ 이상)’ 단계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조류대발생(100만 cells/㎖이상)’ 단계가 발령된 적이 없어 실제적으로는 최고 수준의 경보 단계 수준인 것이다.
호수 전체 52k㎡ 면적에 나타난 녹조의 심각성은 유해남조류가 죽으면서 발생하는 독소 때문이다. 이렇게 발생한 독소는 낙동강 수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녹조에는 마이크로시스틴 등의 독소가 포함되는데 이 중 가장 강한 독성을 지닌 MC-LR은 청산가리 6천600배에 이른다.
특히, 마이크로시스틴은 간 독성뿐 아니라 생식 독성을 띠고 있어 미국, 프랑스 등은 엄격하게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마이크로시스틴을 잠재적 발암물질로 지정한 상태다.
안동호에 녹조가 전역으로 확산되자 K-water는 수질 관리에 초비상 상태다. K-water는 23일 대형녹조제거선을 안동호에 띄워 순차적으로 녹조를 제거하기로 했다. 또한, 녹조가 심한 지역에 차단막을 설치하고, 질소나 인 등 물속 영양염류를 최대로 흡수 소비시킨 뒤 일정 주기로 과성장 녹조를 제거해 하류 수역의 조류 확산·형성을 방지키로 했다. 여기에다 녹조수차와 나노버블 녹조 파괴장치로 녹조를 억제 및 파괴하고, 자율주행 녹조로봇(에코봇) 및 수상드론으로 녹조를 감시 측정하기로 했다.
K-water 관계자는 “녹조가 소멸 시까지 대형녹조제거선을 유지하는 등 특단의 대책으로 하루빨리 녹조가 제거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로 녹조가 자주 발생하거나 오염원이 많이 유입되는 지역을 중점관리지역으로 선정해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