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중진들 잇단 경고 목소리에 한동훈·원희룡 차출론 이어져<br/>서울·경기 우세 최근 여론조사 근거로 당 지도부는 비관론 일축
내년 4월 총선을 8개월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수도권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다. 전체 지역구 253석 가운데 121석에 달하는 수도권은 총선 때마다 최대 격전지다. 국민의힘은 인물난과 지난 21대 총선 수도권 참패의 트라우마가 종종 거론되면서 수도권 승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윤상현·안철수 의원 등이 수도권 위기론을 언급한 이후 국민의힘 당내에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윤 의원은 위기 원인으로 영남권·강원권 일색의 당 지도부 책임론까지 제기했다. 이에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함께 승선 못한다”는 표현을 쓰며 당의 입장과 배치되는 목소리를 자제해달라는 취지의 주문을 했다. 그럼에도 당내에서는 수도권 위기론 실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수도권 선거가 쉽지 않다는 점과 총선 결과가 윤석열 정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수도권 위기론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반사이익에 따른 측면이 강하다고 말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등과 같은 외생 변수로 인한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불안감으로 국민의힘 내에서는 수도권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출마해 ‘수도권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말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한 의원은 “중도층을 잡으려는 정책을 보여야 하는데 당이 용산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면서 “지도부는 자기 지역이 아니니 전혀 감이 없고 위기감도 없고 어떻게 되겠지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 등 주류 내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당 지도부는 ‘서울 박빙 우세, 경기·인천 박빙 열세’를 진단하며 수도권 위기론의 실체가 없다고 전망한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자체 조사는 물론,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 등이 그 근거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100% 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응답률 17.2%)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 국민의힘 32%, 민주당 21%, 인천·경기에서 국민의힘 33%, 민주당 23%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가 완만하게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고, 정치색이 옅은 2030세대가 대체로 무당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도권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도권 지역의 한 의원은 “위기론보다 오히려 기회론을 더 얘기하고 싶다”며 “위기라는 인식을 가지고 더 낮은 자세로 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비관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 수도권 위기론은 과잉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