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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제(自制)에 관하여

등록일 2023-08-20 16:41 게재일 2023-08-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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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종 경북대 교수
김규종 경북대 교수

며칠 전 밤늦도록 잠이 찾아오지 않아 전전반측(輾轉反側)하다 급기야 일어나 앉는다. 평소 같으면 잠자리에 든 지 1∼2분이면 곯아떨어지기 마련인데, 이런 불면(不眠)의 시간이 다가오기도 한다. 그럴 때 벗하라고 생겨난 것이 유튜브인 모양이다. 제법 오래전부터 ‘반야심경’이나 ‘금강경’ 혹은 ‘법성게(法性偈)’ 같은 불교 관련 경전이나 글을 찾아 읽곤 했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도 자연 그런 쪽을 찾아서 듣게 되는 것이다.

그날 설법의 요체는 ‘자제’에 관한 것이었다. 몸과 마음과 말의 세 가지를 자제하라는 게 요체였다. 몸과 마음과 말,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뭘까?! 모두가 자음인 미음으로 시작한다. 참으로 소략한 발음을 가진 세 단어가 몸, 마음, 말이다. 그런데 이들 세 가지는 인생살이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소다. 살아있음을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가 형이하(形而下)의 몸이고, 거기서 마음과 말이 발원한다. 몸이 전제되지 않는 마음과 말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몸을 자제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탐욕, 분노, 어리석음의 탐진치(貪瞋痴) 삼독(三毒)을 적용해보면 의미가 자명해진다. 우리의 오감(五感)으로 작동되는 다섯 가지 감촉, 즉 보는 것, 듣는 것, 냄새 맡는 것, 맛보는 것 그리고 감촉하는 것을 자제한다는 말이다. 오감을 작동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세상에 차고 넘친다. 예의와 법도를 벗어난 것들이 판치는 세상에 그와 같은 자제를 요구하거나 실천하는 일은 정녕 쉽지 않은 노릇이다.

마음을 자제함은 무엇인가?! 우리가 죽을 때까지 통제하지 못하는 유일자(唯一者)가 필시 마음이리라.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면서 신출귀몰하는 게 마음이다. 잠시 좋았다가 즉시 흐려지고, 안도했다가 근심 걱정으로 휩싸인다. 관대했다가 옹졸해지며, 자신만만하다가 일시에 위축(萎縮)되기도 한다.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을 자유자재하게 손볼 수 있음은 가히 축복이리라.

말을 자제한다는 것은 친숙한 표현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사는 사람은 없다. 하고픈 말을 전부 쏟아낸다면 세상은 그야말로 폭망의 길로 접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지극한 수단이 말이지만, 말이 본령에서 어긋나면, 그 말은 인간을 죽이기까지 한다. 차라리 주먹으로 맞은 일은 잊을 수 있지만, 언어폭력은 대저 잊을 수 없는 노릇이다.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극단의 양면성을 가진다.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 대참사’ 이후 어떤 인간 말종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징글징글하게 해 처먹는다는 극악무도(極惡無道)한 말을 내질렀다. 나는 그것이 한국인이 한국인에게 한 말인가, 귀를 의심했다. 대체 유가족들이 무엇을 그렇게 많이 먹었길래 저런 막말을 해대는가, 다시 생각한 것이다. 더욱이 시체 장사한다는 말을 내갈긴 야차(夜叉) 같은 족속도 있었으니 그야말로 극악무도한 세상인 것은 분명하다.

요즘 아침저녁으로 들려오는 끔찍한 소식의 원인은 몸과 마음과 말의 자제가 사라진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과 말을 잠시나마 돌아보면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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