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피해자 될라’ 불안감 고조<br/> 낯선 사람 마주치면 확인부터<br/> 걸어갈 때 이어폰 사용도 자제<br/> 다중시설 출입·외출마저 꺼려<br/> 경찰, 인력 늘려 검문검색 강화
최근 전국에서 ‘살인 예고’ 글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면서 지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경찰이 순찰을 강화하며 강력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시민들은 다중시설 출입을 꺼리는 등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대구시 동구의 50대 주부 서모씨는 “길을 걷다 낯선 남성을 마주치면 손에 이상한 물건이 쥐어진 건 없는지 확인부터 하게 된다”며 “특별한 일이 없으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7일 동대구역에서 30대 남성이 소지하고 있던 흉기를 떨어뜨려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서 이 남성을 검거했다.
대구경찰청은 지난 주말부터 대구공항, 동대구역, 반월당역 등 다중시설에 인력을 배치해서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삼성과 LG의 프로야구 3연전이 펼쳐진 수성구 라이온즈 파크에도 살인 예고 글이 올라와 대규모 경찰이 동원됐다. 경기 당일 야구장 입구에서 금속탐지기 검색이 이뤄졌고 기동대, 특공대, 형사 등 경찰관 200명이 배치됐다.
김수영 대구경찰청장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고자 현장에서 지휘했다.
다행히 게시자의 예고 이후 별다른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으나, 시민들의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이날 야구장을 찾은 이재민(25·대구시 북구) 씨는 “미리 3일치 티켓을 모두 예매해놨는데 둘째 날부터 살인 예고 글이 올라오는 바람에 경기 시작 직전까지도 현장 응원을 포기할까 고민했다”며 “원래는 전철을 이용해 경기장에 도착, 맥주도 마시곤 하는데 전철역도 무서워서 자가용을 이용해 평소처럼 제대로 경기를 즐기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생활도 움츠러드는 등 변화가 일고 있다.
이모(25·여·대구시 수성구) 씨는 “평소에는 걸어다니며 무선 이어폰을 꽂고 다녔는데, 요즘에는 어디서 큰 소리가 들리면 도망치려고 무선 이어폰을 빼고 긴장하며 걷는다”며 “될 수 있으면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은 피해서 다니게 된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6시까지 살인예고 글 등 게시자는 194명이며, 검거된 게시자는 65명이고, 이 중 10대 청소년이 34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나 청소년 대상 집중 교육 및 홍보 활동이 필요한 상황이다.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자 7일 오후 이후로는 살인 예고 글 게시가 뚝 끊긴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전담경찰관에 의한 특별예방교육 및 홍보활동도 병행해 추가피해를 사전차단할 계획”이라며 “장난으로라도 흉악범죄 예고 글을 올리는 경우 협박죄 등으로 엄중히 처벌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경찰청은 경찰을 하루 1천여 명으로 늘려 배치하고 대구공항, 반월당역, 중앙로 등 다중밀집 장소에는 특공대를 배치해 특별치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안병욱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