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들어 한번도 지지 않고 돌풍<br/>홈런왕 선수서 감독으로 새 역사
2017년 은퇴한 이승엽 감독은 오랫동안 프로야구를 떠나있었고, 코치 활동이 전무해 현장 감각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선수 시절 한 시즌 56개 홈런을 치는 등 독보적인 성적을 거뒀지만, 지도자로선 예능 프로그램에서 은퇴 선수들을 이끈 것이 전부라는 지적도 있었다.
팀 전력도 문제였다. 두산은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이적하거나 은퇴하면서 전력이 곤두박질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승엽 감독의 두산은 출발부터 삐그덕거렸다.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은 호주 스프링캠프 훈련 중 타구에 머리를 맞아 전력에서 이탈했고, 새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는 정교함이 떨어져 타점 기회마다 번번이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나 두산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고꾸라지진 않았다.
초보 사령탑답지 않게 차분하게 시즌을 풀어나가는 이승엽 감독의 리더십 덕분이었다.
이 감독은 경험 많은 베테랑 선수들을 중심으로 ‘이기는 야구’를 펼쳐나갔다.
시즌 초반엔 선수들의 판단력을 믿고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주문했고,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부진한 선수를 대할 때도 그랬다. 이승엽 감독은 선수들을 신뢰하며 뚝심 있게 기회를 줬다.
과감한 용병술도 눈길을 끌었다.
선발 로테이션이 무너지자 은퇴 갈림길에 서 있던 베테랑 왼손 투수 장원준을 중용해 공백을 막았다.
침묵하던 외국인 타자 로하스는 점점 살아나기 시작했고, 베테랑 선수들은 승부처에서 강한 면모를 펼쳤다.
두산은 부상이 재발한 딜런을 대신해 지난해 두산에서 뛰었던 브랜든 와델을 재영입하는 과감한 결정을 하기도 했다.
두산은 7월 1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2-1로 승리한 뒤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25일 두산은 롯데를 8-5로 누르고 구단 역사상 최다인 11연승을 내달렸다.
‘국민 감독’ 김인식 전 감독도,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태형 전 감독도 이루지 못한 연승 기록이다.
이승엽 감독은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이 2008년 달성한 부임 첫 시즌 역대 최다 연승 타이기록까지 썼다.
믿음과 뚝심에서 나온 의미 있는 기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