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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죽음에 대하여

등록일 2023-07-09 18:50 게재일 2023-07-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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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종 경북대 교수
김규종 경북대 교수

불로장생(不老長生)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태곳적부터 인간은 불멸을 꿈꾸었다. 인류의 가장 오랜 서사시로 알려진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주인공 길가메시는 친구인 엔키두의 뜻하지 않은 죽음으로 고통받는다. 필멸(必滅)해야 하는 존재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을 모색하다가 그는 우트나피쉬팀에게 영생의 비법을 알아낸다. 하지만 우르크를 목전에 둔 지점에서 뱀에게 영생의 불로초를 도둑맞고 결국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대략 4,500년 전에 지어진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죽음은 중요한 주제였다. 죽음과 불멸에 가장 친숙한 사람은 진시황일 것이다. 죽고 싶지 않았던 그도 죽음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가 횡행하면서 대략 680만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구촌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일으키는 병은 결핵과 말라리아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결핵이나 말라리아 혹은 코로나19보다 훨씬 많은 사망자를 낳는 질병이 있다. 그것은 노화 관련 질병이다. 세계 전역에서 하루 평균 15만 명이 죽는데, 그 가운데 10만 명 이상이 암이나 심혈관-뇌혈관 질환 같은 노화 관련 질환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민주주의의 보급으로 전쟁과 기아, 테러로 인한 사망자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따라서 21세기 인류의 가장 큰 적은 전쟁이나 기아가 아니라 노화와 노화 관련 질병이다.

몇몇 미래학자들은 인체의 노화를 되돌리고 노화를 예방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회가 가시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공학자인 호세 코르데이로와 데이비드 우드는 노화는 질병이며,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공언한다. 그들은 2045년이면 ‘죽음’이 선택사항이 될 수 있다는 담대한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수천 년 전 20∼25세였던 인류의 평균수명은 오늘날 80세를 넘어서고 있으며,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나도는 요즘 그들의 주장이 공허한 것만은 아닌 듯하다.

히드라나 홍해파리 혹은 플라나리아 같은 불멸의 생명체에서 인류가 영생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내고자 수많은 사람이 항노화(抗老化)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같은 이들이 대표적이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그들이 노화를 막고, 궁극적으로는 죽음을 넘어서려는 생명공학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여기서 문제는 죽음이 오기 전까지, 그러니까 인간이 살아있는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핵심적인 과제로 대두된다. 오래 사는 것도 부족해서 영생불사(永生不死)하는 존재로, 그러니까 인간이 신의 반열로 올라설 때 그 인간은 무엇을 지향하면서 기나긴 삶의 시간대를 보낼 것인지, 하는 문제가 급선무로 등장하는 것이다.

1762년 출간된 장 자크 루소의 ‘에밀’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양심의 가책 (苛責)과 육체적 고통을 제외하면 인간의 여타 괴로움은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육체가 문제없다면, 남는 것은 오로지 정신, 즉 양심의 문제일 터, 그것만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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