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경주 라우갤러리 대표<br/>경주 전문 갤러리 ‘라우’ 개관, 15년째 운영·작가 활동 동시에<br/>국내외 개인전·아트페어 잇따라 참여… 미술시장 영역 확대<br/>미술 트렌드 변화… 지역서 세계적 작가 미술관 생기길 바라
경주는 천년의 역사와 전통문화의 도시다. 하지만 2009년 12월 라우갤러리가 개관하기 전까지는 현대미술계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경주의 현대미술은 라우갤러리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라우갤러리의 존재는 엄청나다. 그 중심에 송휘(56) 대표가 있다. 동국대 미술학과, 경북대 대학원에서 미술전공(서양화) 석사를 졸업하고 미국과 중국, 일본 등지의 개인전으로 인지도 있는 현역 작가다.
현재까지 국내·외 개인전 9회 및 50여 회의 각종 국내·외 아트페어 및 기획(단체)전 등에 참여한 바 있다.
송휘 대표가 갤러리 문을 연 지 15년째. 이젠 한국 미술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송 대표를 지난 18일 만났다.
-경주가 문화도시이긴 하지만 현대미술과는 다소 괴리감이 있었다. 전문갤러리를 열게 된 동기는?
△2009년 미술시장 불모지인 경주에서 전문 갤러리 라우를 개관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경주의 역량있는 작가들을 해외나 국내의 대도시에 알리는 가교역할을 하겠다는 당찬 도전정신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모했고 아찔하다. 내가 작가이기도 했던 터라 순수한 열정이 앞섰다.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미술 공부도 계속하는 등 안주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삼라만상이 모두 그림의 소재이니 누구나 그림을 즐겁게 관람하고 구매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철학이 확고하다. 누구나 갤러리를 쉽게 찾고 그림을 감상하고 소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없는 갤러리 운영방침이다.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
△초창기엔 직원 월급 줄 돈도 벌지 못했다. 당시 대학교 강의 두 군데 뛰면서 제 월급 받아 직원 월급 주는 식이었다. 작품도 거의 팔리지 않아 경주 고객으로만 갤러리를 유지할 수 없음을 깨닫고 국내외 아트페어에 뛰어들었다. 개관 3년째 갤러리를 내놓으며 큰 위기를 맞았다. 갤러리는 팔리지 않았고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은 더욱 힘들었다. 오기가 생겼고 반드시 성공하리라 다짐했다. 국내는 물론 독일, 프랑스, 미국, 홍콩, 일본, 스위스, 두바이, 중국 등 유명 아트페어에 참여하며 서서히 영역을 확장시켰다. 오기와 뚝심이 갤러리를 지켰다.
-힘든 만큼 보람도 컸을 것이다. 가장 보람있었던 일은?
△가장 큰 보람을 꼽으라면 2013년 창립한 경주아트페어다. 세계 미술시장에 참여해 경주 미술시장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던 터라 성공하리라 믿었다. 2013~2017년 아트경주 운영위원, 운영총괄감독 등을 역임하며 경주아트페어를 정착시켰다. 경주 시민들은 물론 가까운 인근 도시의 시민들에게 세계적인 미술시장을 접하게 하고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한 것이 가장 뿌듯하다.
-코로나19로 인한 미술시장의 변화는 없었는지?
△코로나 때문에 1년은 행사가 중지되었다. 2년째는 미술시장이 오히려 좋아졌다. 작품이 없어서 판매못할 정도로 작품 주문도 많았고 판매도 많았다. 어떤 작가는 작품 주문이 쇄도할 정도였다. 그러나 작년 후반기부터 경기 둔화와 금리 인상으로 젊은 콜렉터들이 미술시장에서 떠나고 있어 안타깝다.
-최근 미술시장의 동향을 소개해 달라.
△최근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아트테크가 급부상하면서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MZ세대가 미술시장에서 급부상하면서 미술시장의 트렌드가 크게 바뀌고 있다. 그들을 중심으로 연예인 팬클럽 생기듯 작가에게도 팬클럽이 생기고 있다. MZ세대가 열광하는 작가들의 각종 아트페어에는 오픈 몇 시간 전부터 줄 서 기다리는 경우가 흔한 풍경이다. 격세지감을 느끼긴 하지만 바람직한 변화 아닌가. MZ세대들이 현대미술 차세대를 예감하는 신진작가를 SNS를 통해 스타작가로 만들어 가고 있다. 스타작가를 유치하기가 지방의 갤러리로는 다소 불리한 점도 있지만 도전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는 건 늘 전율감을 느끼게 한다. 경주에도 ‘감만지’라는 작가가 유명하다. 이 작가의 전시는 유치가 쉽지 않을 정도다.
-개인적인, 혹은 갤러리의 대표로서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경주에서 관심있는 콜렉터를 육성해 미술 인구가 활성화됐으면 한다. 경주 시민들의 안목을 키우고 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일을 하고 싶다. 경주에도 세계적인 작가의 미술관이 생겨서 명실상부 경주의 문화예술 관광 인프라 조성에 일조하고 싶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