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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대형재해 부른다

김재욱기자
등록일 2023-05-24 20:07 게재일 2023-05-2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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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 이상 ‘열 폭주’ 이동식 소화수조로 조기 진화해야 하지만<br/>소방당국 진입 쉽지 않아 자칫 건물 화재·붕괴로 이어질 수도<br/>전문가 “안정적 진압시스템 구축 전까지 충전시설 지상화 필요”
전기차에 대한 포비아(공포증)가 커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전기차 화재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대구에서도 충전 중이던 전기차 1대와 인근에 주차해있던 전기차 2대가 불에 타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1분쯤 대구 달성군 화원읍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2020년식 현대 코나EV 전기차에서 불이 났다.

이날 “지하 주차장에 연기가 많이 올라온다”라는 시민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은 장비 32대, 인원 92명을 투입해 오전 3시 29분쯤 불길을 완전히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불로 옆에 주차 중이던 전기차 기아 니로 2019년식, 현대 코나 2019년식 등 2대도 불에 타 소방서 추산 약 6천91만 원의 피해를 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전기차 화재는 올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문의 결과 이번 사건을 포함, 올해 벌써 4건의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3월 29일 서구 비산동에서 정비 중이던 전기차에서 불이 났고, 지난달 19일과 23일 달성군과 달서구에서 주차돼있던 전기차에서도 불이났다.

대구는 지난해 까지만 해도 지난 3년간 5건의 화재가 있었지만 올해는 넉달사이 벌써 4건이 발생했다.

또 경북 도내 전기차 화재 역시 2020년 1건, 2021년 4건, 2022년 9건, 올해는 지난달 24일 경주시 율동 한 펜션앞에 주차된 코나 전기차에서 불이 나 차량이 전소되는 등 지난달 말 기준 3건을 기록하는 등 화재 사건은 늘어나는 추세다.

전국적으로도 화재 건수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건수는 모두 44건이다. 지난 2020년 11건, 2021년 24건인 점을 감안하면 배 가까이 증가추세다.

무엇보다도 지하 전기차 충전시설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대처하기가 어렵다는게 소방당국의 입장이다.

전기차의 경우 불이날 경우 배터리를 냉각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동식 소화수조를 이용하는 소방당국의 경우 진입이 힘든 지하에서 발생하면 대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수백 개 조각으로 이뤄져 있으며, 한 개만 불이 나도 주변으로 옮겨붙고 1천℃ 이상 치솟는 ‘열 폭주’ 현상으로 인해 초기 대응과 이동식 소화수조가 조기 진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대처가 조금이라도 늦을 시 건물 화재 및 붕괴까지 이어질 수도 있기에 전문가들은 전기차 충전시설의 지상화를 주장하고 있다.

소방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의 경우 배터리가 타버릴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화재 진압이 더욱 어렵다”며 “전기차 보급 확대로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 충전기 설치도 늘어나고 있지만, 대비책은 더딘 것 같아 화재 발생 시 더욱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에 대한 안정적인 진압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까지는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에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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