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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 빛… 여행자 유혹하는 경주 대릉원의 밤

박선유 시민기자
등록일 2023-05-23 18:07 게재일 2023-05-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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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경주 대릉원의 밤.

사람들이 잠이 들면 장난감이나 인형들이 살아나 움직인다. 혹은 신비로운 존재가 등장한다. 이 같은 형식의 영화나 이야기는 익숙하면서도 흥미로운 소재다. 지금 경주에는 저녁이 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곳이 있다. 대릉원에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면 하나둘 불이 켜지고 고분은 무대가 된다. 낮 시간 박물관에서 보았던 유물들이 자신이 잠들어있던 고분을 찾아 밤의 야상곡을 연주한다.

천마총 발굴 50주년을 맞이해 준비된 미디어파사드로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 정도로 성황중이다.

대형건물 한쪽 벽면에 연출되는 미디어파사드는 이미 국내에도 많이 소개되었으며 사람들에게도 익숙해졌다. 그러나 고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것은 국내 최초이다. 마치 접근 불가 신성구역의 경계가 열린 느낌이 들었다.

목련이 피는 때가 되면 줄을 서서 촬영하는 포토존. 무덤 주인은 봄이 지나도 조용할 틈없이 또 한번 잠을 설치게 되었다. 이곳에선 멀티미디어 인터랙티브 설치 작가인 김희선 씨의 작품 ‘환생(Rebirth)’이 보여지고 있다. 순식간에 두 개의 고분이 두 개의 눈으로 변신한다. 커다란 두 눈이 깜빡거리는 신기한 모습에 많은 이들이 사진 촬영 하느라 여념이 없다.

불국사에서 녹음한 법고 사운드가 현장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 내고 있다. 다음으로 듀오 작가인 뮌(김민선, 최문선)의 ‘도착하는 시간’에서는 색색의 둥근 공들이 능을 가득 채웠다. 단순한 형태의 이미지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어 소리나 내면 감정을 시각적으로 그려내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석 작가의 작품 ‘ENTER’가 등장한다.

고분들 위로 하얀 선들이 겹쳐져 마치 다음 차원으로 넘어갈 수 있을 듯한 문 같은 느낌을 가지게 한다. 네 번째 ‘30번째 조우’는 전통회화나 고대 동양 신화에서 빌려온 이미지를 독특한 디지털 코드와 혼용해서 실재/가상이 혼재하는 특별한 시공간을 창출하는 이예승 작가의 작품이다.

디지털 아트 중 작가와 관람객의 참여로 함께 작품을 만들어내는 인터랙티브 아트. 관람객의 참여가 필요한 만큼 흥미를 유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릉원 동문 쪽 외벽에 긴 줄을 서서 촬영 중인 관람객을 보니 충분히 성공한 듯하다.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인공지능센터 교수로 재직 중인 정성문 작가의 작품으로 관람객들이 사진을 촬영하면 저장된 이미지 위로 오버랩 된다. 금관과 신라인면 구슬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사람들은 금관이나 구슬과 합성되어 벽위로 흘러가는 자신들의 얼굴을 보고 꽤나 즐거워하며 실소를 터뜨렸다.

빛으로 연결된 길을 따라 천마총으로 넘어가면 임대호, 석정민 작가의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내외부에서 각각 출토된 유물들의 형상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이 출력되고 있다.

또 하나 이준·윤지현 작가의 작품도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유물들이 화려한 꽃배경 위로 춤을 추듯 등장한다. ‘유물군무’는 관람객들이 기상측정용 바람개비를 돌리는 방식으로 참여가 이루어진다. 출토된 다양한 유물은 물론 그날의 날씨를 그래픽 한 이미지들이 나타난다.

라이트아트 예술가 그룹 TEAM NODE의 작품도 눈여겨 볼만하다. 연꽃 모양으로 설치된 무빙 레이저빔에서 쏘아져 올린 빛은 어두운 대기를 캔버스 삼아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움직이는 조형물을 말하는 키네틱 아트에 빛과 기술이 더해진 ‘죽엽군을 기억하다’. 신라 제13대 미추왕이 죽어서도 위험에 처한 나라를 구했다는 구국 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원형 그림통이 빙빙 돌아가며 그림자 연극 형태로 보여준다. 사운드 효과까지 더해져 몰입도를 더해준다.

이 외에도 중간중간 빛과 스모그 효과, 별자리 등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미디어 아트쇼는 지난 4일 시작돼 6월 4일 종료될 예정. 관람료는 무료이며 시간은 저녁 7시에서 밤 10시까지로 9시 30분에 입장이 마감된다. 산책하기 더 없이 좋은 계절. 신비로운 경주의 밤으로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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