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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장미로 피어나다

김순희 시민기자
등록일 2023-05-23 18:07 게재일 2023-05-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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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정원 사이로 영일대 누각이 보인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 한 구절만 들어봐도 다 아는 국민가요다. 하지만 찔레꽃은 붉게 피지 않는다는 것이다. 5월 산과 들에 하얗게 피는 찔레꽃, 남쪽 나라는 남해안을 가리킨다. 바닷가 모래밭에는 붉게 꽃이 피는 해당화가 잘 자란다. 해당화를 지방에서 찔레라고 불렀다고 한다.

찔레꽃은 들장미라고도 한다. 장미과이다. 햇살을 좋아해서 숲 가장자리의 양지바른 돌무더기에 자리를 잡고 영역을 넓힌다. 찔레꽃이 필 무렵은 모내기가 한창인 계절이고 이 시기에는 가뭄이 잘 들곤 한다. 그래서 이때 가뭄을 찔레꽃가뭄이라고 한다. 배고픔과 고통을 예견하는 꽃이어서 꽃잎을 따서 먹으면 배고픔을 잠시나마 잊고, 새순은 아이들이 꺾어서 간식으로 먹었다.

하지만 노래 속에 그 꽃을 해당화라고 단정할 수만 없다는 설도 있다. 노래를 부른 백난아의 ‘찔레꽃’은 요즘 2절까지만 불리지만 원래는 3절이 있었다. ‘연분홍 봄바람이 돌아드는 북간도/아름다운 찔레꽃이 피었습니다/꾀꼬리는 중천에서 슬피 울고(중략)’ 이 노래를 작사·작곡한 김영일-김교성 콤비가 북간도 순회공연을 다녀온 뒤 일제 치하에서 고생하다 고향을 떠나 뿔뿔이 흩어져 살았던 동포의 애환을 담아 노래를 만들었음을 뒷받침하는 가사다.

바닷가에 피는 해당화가 북간도 산골에도 피었다고 보긴 힘들다. 드물긴 하지만 붉은색 찔레꽃도 존재한다. 한국의 식물명과 분류는 일제강점기에 본격화됐다. 따라서 1942년 무렵 찔레꽃과 해당화, 장미에 대한 분류가 명확했을 리 없다. 가시 달린 꽃은 그냥 찔레꽃으로 통칭했을 가능성이 크다. 분명한 것은 그 꽃이 장미는 아니었을 거라는 점이다.

찔레꽃(학명 Rosa multiflora)은 장미과 꽃이다. 영어명이 야생장미를 뜻하는 ‘wild rose’다. 찔레꽃이라는 말 자체가 ‘가시(찔레) 달린 꽃’을 뜻한다. 우리가 아는 장미는 유럽과 아시아에 피는 이런 찔레꽃을 모아 18세기 말 개량한 꽃이다. 장미과 학명에 들어가는 Rosa는 라틴어로 장미를 뜻한다. 한국적 관점에서는 장미도 찔레꽃 가운데 하나라고 봐야 한다.

노랫말처럼 찔레꽃 붉게 피는 영일대 장미원을 찾았다. 붉은 장미뿐만 아니라 노랗게, 분홍빛으로, 또 하얗게 나라별로 무더기 지어 폈다. 5~6월에는 여름 장미, 9~10월에는 가을 장미가 나눠 핀다. 2017년 5월부터 포항시가 본격적으로 조성한 장미원은 장미 터널, 꽃탑, 마차와 같이 장미를 활용한 포토스팟은 사진을 찍지 않고 그냥 지나치기 힘들 만큼 정성스럽게 조성돼 있다.

포항의 시화가 바로 ‘장미’여서 형산강 장미원, 철길 숲 등 포항의 대표 명소에서 장미 정원을 만나볼 수 있다. 한겨울에는 LED 장미를 설치해 사계절형 장미원으로 운영한다. 천만 송이 장미 도시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서 앞으로 포항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파란 바다와 빨간 장미의 싱그러운 조합이 떠오를 것이다. 장미꽃 붉게 피는 동쪽 나라 포항시라는 노래가 떠오를지도 모른다.

지난해까지 장미 마차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면 바다와 영일대 누각이 배경으로 나와서 다른 시의 장미 정원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낭만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올해는 그런 풍경을 만날 수 없다. 공사 가림막 때문에 마차만 덩그러니 따로 논다. 또 아쉬운 점은 행사용 천막이 있어서 바다 풍경을 잡아먹었다. 거기에다 정치인의 플래카드가 도로 쪽에 붙어 있어서 화려한 장미가 보이지 않게 만든다. 장미가 만개한 5월부터 6월까지 영일대 주변은 장미와 바다만 보이도록 배려해야 관람객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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