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릉원·교촌마을·월정교·동궁과 월지 등<br/>황홀한 불빛의 야경, 5월 경주의 밤 밝혀
그 가운데 약 3만8천평의 평지에 23기의 능이 솟아 있는 황남동의 대릉원은 고분군의 조명이 눈에 뜨인다. 경주에서 가장 큰 것이다. 경주 시내 한가운데에 있어 찾기도 무척 쉽다. 큰 나무 없이 잔디가 잘 입혀져 있어 동산같이 여겨지기도 한다. 1970년대에 엄청난 예산을 들여 공원화하기 전에는 멀리서도 황남대총의 우람하고 아름다운 능선이 한눈에 들어왔으나, 담장을 둘러치고 무덤 앞까지 주차시설을 만들고 무덤 안 길을 닦는 바람에 옛 정취는 사라지고 말았다.
대릉원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은 내부가 공개된 천마총과 이곳에 대릉원이라는 이름을 짓게 한 사연이 있는 미추왕릉, 그리고 그 규모가 경주에 있는 고분 중에서 가장 큰 황남대총 등이다. 남아 있는 23기의 능 말고도 무덤 자리들이 수없이 많았지만, 봉분이 있는 무덤들만 남겨두고 모두 지워버렸다고 한다.
대릉원의 각종 고분에서 출토된 대표적 유물들은 모두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천마총 발굴 50년 기념으로 박물관에서 여러 행사를 준비했다. 천마도 실물도 특별 전시실에 전시해놨다. 5월 4∼7월 16일까지 ‘천마, 다시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공개한다. 빛에 약한 그림이라 지금까지 단 세 차례만 공개됐다.
발굴 당시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말다래는 두 장이 겹쳐진 채 출토됐다. 위에 있던 한 점은 손상이 심했고, 아래에 있던 것은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천마도는 아래쪽 말다래다. 이번 전시에선 두 점이 교체 전시된다. 아래쪽 말다래는 6월 11일까지, 위쪽 말다래는 6월 12일부터 7월 16일까지 전시된다. 박물관은 두 마리 천마를 번갈아 가며 만날 수 있고 유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2023년 대릉원 미디어아트 대릉원 녹턴’이라는 제목으로 5월 4~6월 4일까지 밤마다 빛의 향연을 펼친다. 관람 시간은 오후 7시~밤 10시까지며, 오후 9시 30분 입장 마감이다. ‘신라의 혼, 빛의 예술로 밝히다’라는 주제로 테마가 있는 미디어아트가 능을 향해 쏟아진다. 5월 4일부터 대릉원은 무료입장이다. 경주시민 신분증이 있어야 무료였던 것이 모든 관람객으로 확대되었다.
사월 초파일 즈음의 경주는 가로등보다 등불이 밝다. 길 곳곳에 색색의 등이 켜져서 모든 곳이 사찰인가 싶을 정도이다. 특히 금장대 야경이 압권이다. 기와 건물 전체에 조명이 밝혀지고 금장대 아래 산이 온통 불빛으로 감쌌다. 그 아래 강을 따라 등의 행렬이 길게 이어져 낮처럼 환하다. 이런 황홀한 풍경이 유유히 흐르는 형산강에 반영되어 지나는 이의 발길을 잡는다. 서서 넋을 잃다가 문득 카메라를 켜게 된다. 찰칵! 눈으로 한 번, 번쩍! 휴대폰으로 또 한 번 추억을 담는다. 5월 내내 경주의 밤을 밝힐 것이다.
경주의 또 다른 야경을 꼽자면 교촌마을과 월정교, 동궁과 월지, 공연까지 열리는 봉황대, 경주 읍성 주변, 불국사에 밝혀진 등, 조명따라 색이 바뀌는 첨성대가 사진 명소이다. 이 곳을 편안히 해설사와 함께 보려면 경주 야경 투어버스도 운행한다. 시티투어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가능하다. /김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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