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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속으로 소풍을 가다

김순희 시민기자
등록일 2023-05-02 18:55 게재일 2023-05-0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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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곡에서 바라본 독락당의 계정.
봄소풍 가기 좋은 날의 연속이다. 가까이 사는 친구가 딸의 현장체험학습 가는 날이라 도시락을 쌌다며 우리도 소풍을 가자고 연락이 왔다. 봄 경치 좋은 곳이 어딜까요 한다. 새순이 아직은 녹음으로 변하기 전의 연둣빛이 가득한 독락당이 떠올랐다.

포항에서 가까워 포항 생활권이지만 행정구역은 경주인 안강, 안강읍에는 유명한 문화유산이 두 곳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한국의 역사 마을로 등재된 경주 양동마을과 2019년 7월 전국의 9곳 서원이 묶여 ‘한국의 서원’으로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린 경주 옥산서원이다. 두 곳 중에 조용한 곳으로 가서 도시락을 펼치려고 정한 곳이 옥산서원이다. 옥산서원은 양동마을에서 11km 떨어진 멀지 않은 거리에 서로 이웃하고 있다.

옥산서원이 자리한 옥산 2리 마을에는 서원을 비롯해 독락당, 정혜사지 십삼층석탑 등 소중한 문화유적이 함께 있다. 2019년 5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앙기로 모내기를 하며 농민들을 격려했던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옥산서원에서 다리 건너에 자리한 독락당 주차장에 차를 들이니 키 큰 이팝꽃이 자계천을 따라 하얗게 피었다. 계곡을 향해 늘어뜨린 가지에 하얀 쌀밥같은 꽃잎이 고슬고슬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하얀 꽃잎이 물 위에 떨어진다. 이 또한 아름다운 한 컷의 풍경이다. 늘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양동마을과 달리 이곳은 언제 와도 고즈넉한 분위기이다.

옥산서원에서 독락당과 정혜사지 십삼층석탑으로 가는 숲길이 가지런하다. 지난해 4월에 조성된 명품 둘레길이다. 개울을 따라 거슬러 오르는 아름다운 숲길이다. 산책을 즐기며 거닐기 좋게 야자수 매트와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옥산 2리 마을회관을 출발하여 옥산서원 · 세심대 · 관어대 - 징심대 - 정혜사지 십삼층석탑 · 옥산서원 하마비 · 옥산서원 원점으로 회귀하는 코스로 총연장 3.6km이며, 관람 시간 포함하여 2시간 30분이 소요되는 길이니 편한 신발을 신고 걷길 추천한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이언적 선생이 이름 붙인 옥산 1곡부터 9곡이 계곡을 따라 펼쳐진다.

그중 5곡이 점심 도시락을 펼치기에 명당이다. 앞에는 계정이 놓였고 계정을 휘감아 돌아가며 졸졸 물소리를 들려주는 냇물이 봄빛을 잔뜩 비춰 물빛도 연둣빛이다. 참나무 숲에 봄바람이 소소하게 지나고 산새 소리가 포로롱 한 줄 시를 적는다. 인적이 드물어 그 모든 경치가 우리만의 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으니, 이젠 경치 구경이 더 좋은 계정에 올라 보기로 했다. 5곡에서 내려 독락당 마당에 들어섰다. 제일 먼저 독락당의 백미인 살창을 보아야 한다. 대청에 올라 계곡 쪽으로 난 문을 열면 담장이 보인다. 담장 때문에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가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 할까 봐 이언적 선생이 담장에 살창을 내어놨다. 이 살창을 통해 계곡의 풍경을 독락당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언적의 재치가 무릎을 치게 한다.

감탄하며 사랑채 뒤에 있는 정자로 발길을 옮겼다. 좁은 문 사이로 마당에 모란이 붉게 펴 있다. 가까이 가기도 전에 모란 향이 우리를 맞이한다. 계정 마루에 신발을 벗고 올라 내려다보는 계곡의 풍광도 한 폭의 풍경화를 보듯 수려하다. 독락당은 이름 그대로 홀로 사색하고 즐기며, 머물고 싶은 공간이다. 조용히 앉아 차 한 잔을 나눴다. 건너편 5곡에 누군가 계정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있다. 그 자체로 그림이다.

조용한 경주를 즐기고 싶다면 안강의 독락당을 방문해 보길 바란다. 이 아름다운 곳이 입장료 무료이며 해설사도 상주하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5월 봄소풍 장소로 강추 한다.

/김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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