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례산 꼭대기 홀로 서 있는 암자<br/>꼬불꼬불 외길 따라 정상 오르면<br/>청도천·밀양강 등 절경 한눈에
대운암은 1868년 부암선사가 범굴에서 좌선수도 하던 중 현몽을 꾸고 창건했다고 한다. 주법당인 관음전은 2000년에 새로 지은 정면3칸·측면2칸 건물로 내부에 경상북도문화재자료 제309호인 ‘청도 대운암 목조관음보살좌상 및 복장유물’이 있다.
도착하니 맑은 바람과 따뜻한 햇살 속에 그윽한 눈빛으로 산 아래를 바라보던 다영이(사찰에 살고 있는 개)가 인기척을 느끼고 다가와 종각 쪽으로 나를 안내한다. 종각에서 바라보니 청도천과 밀양강이 굽이쳐 흐르는 근사한 절경이다. 관음전에서 만난 대운사 주지스님은 차를 내주며 간략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곳은 기운과 전망이 좋아 가슴이 시원해지는 도량입니다. 옛날엔 ‘임금절’이라고 불리기도 했지요 이 지역을 다스리던 임금이 대운암이 있는 오례산에서 제사를 지냈다는데 그것은 이곳이 명당 중에 명당이란 의미라고 봅니다. 현대인들은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를 받아 마음의 짐들이 많은데 오셔서 힐링하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주지스님은 강아지를 가리키며 “종일 저렇게 도를 닦는지 미동도 않고 앉아 있는 모습이 수행정진 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우리 절과 인연 닿아 오시는 모든 분들이 맑고 자비로운 기운으로 모두 여여(與與)해지길 합장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잘 있으라는 인사를 건네도 지그시 산 아래만 바라보는 강아지 다영이를 뒤로하고 다시 길을 내려오다가 유천마을 근대거리를 만나는 뜻밖의 행운을 누렸다.
청도읍 내호리엔 1970~80년대 모습이 그대로 간직된 약방, 다방, 구멍가게, 극장 등 다양한 근대건물이 자리했다. 거기서 추억의 사진도 찍을 수 있고, 다양한 벽화도 그려져 있다.
가족들의 나들이 장소로 좋을 듯했다. 무엇보다 1912년에 시조시인 이호우와 누이 이영도가 태어난 생가를 볼 수 있어 너무 반가웠다. 옛집은 굳게 잠겨 있어 인기척은 없었지만 뜨락 어디선가 시인이 시를 읊으며 반겨줄 것만 같았다.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
뉘 집을 들어서면 반겨 아니 맞으리…
시인의 뜨락엔 감나무의 초록 잎이 대운암 다영이의 모습처럼 무심히 피어나고 있었다. 다시 이곳을 방문하는 날에는 스님 이야기처럼 느릿한 시계를 돌리며 여여한 모습으로 청도에서 생산되는 동곡막걸리 따르고 그 잔에 그리움도 띄워보리라 생각했다.
/민향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