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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장 ‘재공모’ 지역 문화예술계 술렁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3-04-23 18:24 게재일 2023-04-2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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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 감정선 보고서’로 징계<br/>안규식 전 내정자 임용 취소에<br/>불복소송 등 법적대응 논란 커져<br/>“전문성 평가에 대한 의문 있어”<br/>“25년 미술행정경력 쉽지 않아”<br/>문화계 관계자 갑론을박 계속<br/>민선8기 문화예술기관 통폐합<br/>기관장 위상 격하 지적 더불어<br/>채용주체인 진흥원 능력 ‘도마’
제5대 대구미술관장 임용 주체인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전경.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제공

관심을 끌고 있는 제5대 대구미술관장 선임을 둘러싸고 지역 문화예술계가 술렁이고 있다. 채용 기관인 대구문화예술진흥원(진흥원)이 안규식 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장에 대해 내정을 취소하고 재공모에 나서자 안 전 내정자가 임용 취소 통지받은 이튿날에 즉시 법적 조치를 개시하면서다. 진흥원의 행정 절차 미숙 지적이 불거지면서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진흥원에 따르면 진흥원은 지난달 20∼24일 진행된 대구시립미술관장 공개모집 과정을 거쳐 지난 5일 안 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장에 대해 임용 후보 합격을 발표하고 13일 임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18일까지 5일이 지나도록 안 내정자에 대한 임용 절차를 미뤘고, 예술계 안팎에서는 안 씨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장 시절 ‘여직원 감정선 보고서’라는 인물관계도를 만드는 등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가 접수돼 징계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더불어 안 씨는 대구미술관 학예실장을 지낼 당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아 퇴사한 사실도 드러났다.

안 씨를 임용할 예정이었던 진흥원은 전 근무지에 안 씨와 관련한 인사 관련 자료를 요청한 뒤 내부 검토를 거쳐 지난 19일 안 내정자의 선임을 취소했다.

진흥원은 임용 후보자 임용 여부 취소 통보해 대해 “규정상 임용 결격 사유는 ‘해임’이나 ‘파면’과 같은 중징계여야 하지만, 미술관장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해서 내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안 씨는 즉각적으로 진흥원의 임용 취소에 불복하는 민사 소송과 함께 관장직 재공모 중지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에까지 나서면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안 씨는 “임용 취소 건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했으며,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대구미술관장 재공모를 진행할 경우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 심사를 청구하겠다”며 “제가 이대로 물러서는 것은 공공기관의 객관적이고 적법한 절차가 임의대로 뒤집어지는 불합리한 상황을 수용하는 결과일 뿐만 아니라, 열악한 미술관 전문인력 고용환경에서도 전문성과 실적을 토대로 힘겹게 쌓아온 저의 이력이 통째로 날아갈 수 있는 상황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구미술관 근무 시절의 징계는 문제의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도 감독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난 것이며,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장 시절 작성한 문건은 직원들 사이 갈등을 풀기 위해 메모한 것으로 여성 차별의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 지역 문화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미술관에서 학예연구사 등으로 활동해 왔지만 안 내정자의 전문성을 평가할 수 있는 경력에 관해 들어본 적이 없다”며 “대구시립미술관의 관장은 전시, 국내외 교류·협력, 미술 작품과 자료의 수집·보존·전시, 대관 등 업무를 총괄하는 막중한 자리일 뿐 아니라 세계 미술계의 흐름을 아울러야 하는 전문성과 리더십이 요구되는데 내세울 만한 기획전시 하나 없는 자를 관장으로 내정한 배경에 대해 의문이 앞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 전 내정자의 어떤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번 관장 내정에 대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실망감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문화계 관계자는 “안 내정자가 선임이 취소될 만큼 큰 흠결이 있는 분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진흥원이 공모 절차 진행에 있어 미숙한 점이 있었고 조금 더 신중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 문화예술에 있어 미술계 조직이 크지 않은데 미술 행정 경력이 25년이나 되는 안 내정자 같은 분을 양성해 내기는 쉽지 않다. 이런 분에 대해 내정 취소라는 결정은 그분을 사장시키는 결과나 마찬가지다. 앞으로 어떤 인사가 대구미술관장직에 임용되고자 할까 우려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흥원 관계자는 “신임 대구미술관장 내정자의 결격 사유 조회 과정에서 미술관장의 직무를 수행하기에는 부적절한 징계 기록이 발견되어 내정을 취소하고 임용 후보자에 대해 내정 취소를 통지했고 대구미술관장 직 재공모 공고 등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한편, 민선 8기 출범 이후 업무 효율화를 슬로건으로 문화예술 관련 대구시 산하기관·사업소들이 대구문화예술진흥원으로 흡수·통합되면서 기관과 기관장 위상이 격하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번 대구미술관장 임용 논란을 계기로 진흥원의 경영·관리 능력이 본격적인 검증의 도마 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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