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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밖’의 세상으로 이끌어준 영상작업”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3-04-17 19:49 게재일 2023-04-1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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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안종일<br/>장애를 통해 소외 계층·현실의 괴리 볼 수 있는 시선 가지게돼<br/>모든 사람이 소외되어서는 안되며 소중하다는 신념으로 작업<br/>장애인 스태프로 이루어진 팀 꾸려 영화를 만드는 것이 내 꿈
안종일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저는 제 소개를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가는 다큐멘터리 감독 안종일’이라고 합니다. 만들어진 신(scene)을 계속 쌓아가는 것이 영화를 하는 힘이라 생각합니다. 저의 별명이 로우앵글(low angle)의 달인입니다. 다 밑에서 위로 보는 각이라서 그렇게 붙여준 것 같은데, 장애가 힘들지만 장애가 없었다면 이걸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아래를 볼 수 있는 것은 제게 주어진 축복인 것 같아요. 소외 계층이나 현실과 괴리된 이야기에 대해 볼 수 있는 남다른 시선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느끼지 못한 것을 영화를 통해 느끼고 나의 영화를 보는 분들도 치유가 된다면 영화의 역할을 다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낮은 시선으로 보고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숨은 이야기를 찾는 영화인 안종일(52) 감독의 첫 작품인 다큐멘터리 ‘시선’은 2016년 서울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한국영상문화제전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연이어 이듬해인 2017년,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개최된 한국영상문화제전에서 ‘공존’이 또 개막작으로 상영되면서 그는 다큐멘터리계의 신성으로 화려한 날갯짓을 시작했다. ‘공존’은 2018년 대구 단편영화제 애플시네마 부문 금상을 그에게 안겼다. 대한민국 장애인 문화예술대상 대통령 표창 수상(2020), 대구 시민주간 영상공모전 장려상(대구문화재단, 2021) 등 짧은 영화 인생에서 굵직굵직한 수상 경력이 그이 내공을 말해 준다.

지난 16일 강의와 영화제작 준비로 시간을 쪼개 살고있는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안종일을 만나 그의 영화 이야기와 미래의 꿈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언제부터 영상감독으로 활동했는지? 영상작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시계수리 기능사였다. 가게 안에서만 사는 사람이었다. 일 외에 사진과 영상에 관심 있어 영상편집기를 사서 혼자 만져보았으나 한계를 느꼈다. 그러던 차에 2011년 대구MBC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시민영상제작과정을 진행한다는 광고를 보고 바로 신청했다. 영상작업은 안의 세상에 사는 나를 밖의 세상으로 나오게 한 계기다. 나의 터닝포인트였다. 너무나 재미있어 서너 차례 연속해서 수강했고, 그때 함께한 동료들로 공감이라는 영상동아리를 만들었다. 지역의 소소한 시민의 이야기를 영상작업해 보고 싶어 영상제작을 시작했고 2014년~2018년까진 대표로 일했다. 그때의 인연으로 지금껏 대구MBC 시청자미디어센터와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주로 어떤 주제로 영상을 만드는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주변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많이 좋아한다. ‘사람의 이야기’가 주제라고 하겠다. 그러다 보니 인권이 주제가 될 때도 있고, 인정이 주제가 되기도 한다. 타인의 내면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고, 어느 누구도 소외되어서는 안되며 모든 사람이 다 소중하다는 신념으로 작업하는 편이다.

 

-대표작인 ‘시선’과 ‘공존’도 사람의 이야기인 것 같다. 두 작품에 대해 얘기해 달라.

△‘시선’은 나에게 영화의 맛을 알게 해준 영화다. 내가 사는 동네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기록이다. 횡단보도를 지나가는 장면이 있었는데 다리를 절며 걷는 분이 눈에 띄었고 그 분을 계속 따라가는 신(scene)이 있었다. 편집을 하면서 그 장면을 영화의 첫 장면으로 쓰면서 남들이 내게 보내는 시선을 나도 그 분에게 던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시선’은 내가 받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다. ‘공존’은 생존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엔 검단들 이야기를 전혀 몰랐다. 검단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기록하고 싶었는데 힘들게 일하시는 어르신과 여기저기 걸린 현수막이 심각한 갈등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보상 문제 때문에 고통받는 어르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누구에게나 공통된 땅이 소유자의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영상작업 뿐 아니라 강의도 많이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소개해 달라.

△2011년 대구경북 소상공인 대상 사진 기초 과정 강사를 시작으로 대구나 울산의 미디어센터에서 강의하고 있다. 대구경북의 중등학교와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상과 미디어 강의를 계속해오고 있다. 또한 장애인 대상 강의는 불러주는 대로 빠짐없이 하고 있다. 나는 강의라고 생각하지 않고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으로 강의한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5회째 대구의 지산종합복지관에서 단편영화 제작과정 대표강사로 일하고 있다. 최근엔 대구와 구미의 영상공모전 심사위원 활동도 하고 있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내년 영화제 출품을 목표로 ‘환경’을 주제로 한 영화작업을 하고 있다. 언젠가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를 해보고 싶다. 지금 ‘죽음’에 대한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장애인 스태프로 이루어진 팀을 꾸려서 영화를 만들고 싶다. 내가 연출하지 않아도 좋으나 그 꿈을 꼭 이루고 싶다. 만약 된다면 우리나라 최초의 시도일 것 같은데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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