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제비꽃·진달래꽃 만개<br/>맑은 공기에 가슴까지 시원
은행나무 사이로 산밑에 분홍 진달래가 옹기종기 모였다. 다른 곳에 비해 그늘이 진 곳이라 봄이 더디 찾아온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포덕문이라는 설명문이 눈에 들어왔다. 수운 최제우 선생은 이곳 용담정에서 하늘과 대화를 나누는 기이한 경험을 했는데, 그 과정을 기록한 ‘포덕문’을 쓰고 우리 민족 고유의 사상인 동학을 창시했다. 포덕문, 덕을 널리 세상에 펴는 문이다. 그 이름을 따서 입구 문에 이름 붙인듯하다.
포덕문을 들어서니 왼편에 최제우의 동상이 우뚝 섰다. 한 손엔 경전인 동경대전을, 또 다른 손은 하늘을 향해 있다. 오른편에 벚나무가 아름드리로 꽃을 피웠다. 곁에 겹벚꽃은 며칠 더 기다려야 꽃눈을 열 것이다. 산책로를 따라 오르다 보니 길 양쪽에 진달래를 심어놓았다. 분홍빛 가로수가 성화문까지 이어진다.
연못 위의 성화문을 지나면 오르막길이 조금 더 가팔라진다. 산책로를 따라 산을 오르다 보면 저 멀리 용담교가 보인다. 용담교 앞에 파란색이 어른거린다. 가까이 가 보니 현호색이 군락을 지어 피었다. 현호색이라는 이름은 씨앗이 검은색이라는 데서 유래했다. 현호색의 학명인 Corydalis는 그리스어로 종달새를 뜻한다. 서양사람들이 볼 때는 현호색의 꽃 모양이 종달새 머리를 닮아 보였던 모양이다. 토양이 기름지든 척박하든 상관없이 어디에서나 잘 자란다고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반그늘의 비옥한 토양에서 잘 자란다. 용담정으로 향하는 산책로가 산이 깊고 나무가 우거져 그늘진 곳이다. 현호색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다. 산책로를 오르는 사람마다 파란 현호색이 신기해 몸을 기울여 들여다본다.
현호색을 보다 고개를 들면 용담정이 보인다. 경주국립공원 구미산 깊숙한 기슭에 자리한 용담정은 원래 작은 암자였는데, 수운 최제우 선생의 조부가 정자를 세우고, 부친은 제자를 가르쳤다고 한다. 조선시대 문학에 관한 역사 교과서를 보다 보면 ‘용담유사(龍潭遺詞)’, ‘동경대전(東經大全)’이라는 책들이 나오는데, 용담유사(한글_포교가사집)와 동경대전(한문_경전)이 바로 수운 최제우 선생이 용담정에서 한울님과 했던 이야기와 동학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한 책이다.
용담정 아래 ‘동학기념관 및 교육수련관’이 다음 달 문을 연다. 이곳은 경주시의 동학 발상지 성역화 사업에 따라 만들어진 시설이다. 연면적 214m²에 지상 1층, 교육수련관은 연면적 1천813m²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다. 동학기념관은 전시 공간으로 운영된다. 수운 최제우 선생(1824~1864)의 일대기 및 동학 발상과 관련한 자료를 관람할 수 있다.
교육수련관은 1층 강의와 세미나실, 2층 가족 및 장애인실 등 총 12개 객실을 갖췄다. 이 밖에 족구장과 야외 놀이시설 등도 있다. 인근엔 최 선생 생가도 있다. 경주시는 다음 달부터 동학기념관·교육수련관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시범 운영 기간 프로그램 참여와 대관은 20인 이상 동학 관련 단체나 교육 관련 단체만 신청할 수 있다.
포덕문에서 용추각까지 오르니 가볍게 숨이 찬다. 용추각 뒤꼍에는 하얀 제비꽃이 자리 잡았다.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사상을 듣고 자란 나무들이 내 뿜는 공기를 맘껏 들이마시니 가슴이 시원하다. 용담정의 봄을 즐기기에 좋은 시절이다. 가족과 함께 나들이 갈 장소로 추천한다.
/김순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