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벚꽃 향기 가득한 청도 운문사로 오세요”

민향심 시민기자
등록일 2023-04-02 18:48 게재일 2023-04-03 12면
스크랩버튼
지금 사찰 전체가 ‘벚꽃 대궐’로 변모<br/>사리암 올라가는 솔숲엔 진달래 ‘한창’<br/>천연기념물 180호 ‘처진 소나무’도 볼만
운문사를 찾은 여행자들을 반기는 벚꽃.
봄꽃 향기 그윽한 청정도량 운문사를 찾았다. 운문사는 경북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호거산에 자리하고 있다. 동화사의 말사(末寺)이며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진 고찰이다.

신라 진흥왕 18년(557년) 창건됐고, 승려 일연이 ‘삼국유사’ 집필을 시작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1955년부터 비구니 사찰이 돼 비구니 전문강원이 개설됐고, 1977년 이후 승가대학과 대학원 율원과 선원을 갖춰 이른바 ‘전국 최대 규모의 비구니 도량’으로 성장했다.

운문사 입구에 호신불처럼 양쪽으로 곧게 서 있는 소나무들의 사열을 받으며 천천히 걷다 보면 범종루에 이른다. 경내로 들어서면 평온한 부처의 뜨락이 펼쳐진다. 계절에 맞춰 망울을 터뜨린 벚꽃은 사찰 전체를 꽃 대궐로 장식하고 있다.

사찰의 명물인 천연기념물 180호 ‘처진 소나무’는 중생들의 수많은 사연을 담고 서있고, 승려들의 독경 소리와 어울려 신비감을 자아낸다.

봄을 즐기러 나온 등산객은 물론 가족 단위의 방문객도 꽤 많이 보였다. 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1년에 4번 가량 운문사를 찾는다는 두 사람은 결혼하고 한참동안 아이가 없었는데, 시간이 날 때마다 운문사를 여행하면서 귀여운 딸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절이 평지에 있어 아이와 함께 오기가 너무 좋아요. 사찰의 역사적 의미를 새기며 봄꽃을 감상하곤 합니다. 물론 사진도 많이 찍죠. 주변에 이만한 힐링 공간이 또 있나 싶네요. 다만 아쉬운 건 여긴 솔숲길이 유명한데 유모차를 끌고 걷을 수 없다는 게 아쉽습니다. 사리암 올라가는 솔숲에 진달래가 한창입니다 그쪽으로 가보시지요.”

기자의 다음 목적지까지 안내해주는 친절함에 감사하며 사리암으로 향했다. 길은 트레킹이나 산책을 하려는 여행자들로 북적였다. 빠른 걸음으로 20분, 느린 걸음으로는 30분쯤 걸리며 숲 곳곳엔 진분홍색 진달래가 피어 있고, 은은한 소나무 향이 풍겨왔다.

향기에 취해 걷다 보니 어느새 937계단을 올라야 만날 수 있는 사리암 입구다. 따뜻한 날씨 때문일까? 계단을 오르다보니 땀이 흘렀다. 오르는 길에 약수터가 있어 미리 준비해 간 물병에 물을 담아 마시니 답답했던 몸이 시원해졌다.

해탈교를 지나 나반존자를 모신 암자에 도착했다. 나반존자는 석가모니가 열반에 든 뒤 미륵불이 나타나기 전까지 중생을 제도하는 부처다. 그 원력이 영험해 많은 불제자들이 찾는다고 했다.

암자에서 내려다보니 수려한 산세에 군데군데 산벚꽃이 피어 있어 수채화를 보는 듯 환상적인 아름다움 속으로 빠져들었다. 예불에 참여한 뒤 공양간으로 직행해 무료로 제공되는 점심을 먹었다. 건강을 선물 받은 듯 뿌듯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는 조지훈의 시구를 떠올렸다. 누구나에게 생기는 번뇌. 그로 인한 아픔과 스트레스에 시달릴 될 때,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봄 향기 그윽한 운문사를 찾아보면 어떨까.

/민향심 시민기자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