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찰 전체가 ‘벚꽃 대궐’로 변모<br/>사리암 올라가는 솔숲엔 진달래 ‘한창’<br/>천연기념물 180호 ‘처진 소나무’도 볼만
신라 진흥왕 18년(557년) 창건됐고, 승려 일연이 ‘삼국유사’ 집필을 시작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1955년부터 비구니 사찰이 돼 비구니 전문강원이 개설됐고, 1977년 이후 승가대학과 대학원 율원과 선원을 갖춰 이른바 ‘전국 최대 규모의 비구니 도량’으로 성장했다.
운문사 입구에 호신불처럼 양쪽으로 곧게 서 있는 소나무들의 사열을 받으며 천천히 걷다 보면 범종루에 이른다. 경내로 들어서면 평온한 부처의 뜨락이 펼쳐진다. 계절에 맞춰 망울을 터뜨린 벚꽃은 사찰 전체를 꽃 대궐로 장식하고 있다.
사찰의 명물인 천연기념물 180호 ‘처진 소나무’는 중생들의 수많은 사연을 담고 서있고, 승려들의 독경 소리와 어울려 신비감을 자아낸다.
봄을 즐기러 나온 등산객은 물론 가족 단위의 방문객도 꽤 많이 보였다. 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1년에 4번 가량 운문사를 찾는다는 두 사람은 결혼하고 한참동안 아이가 없었는데, 시간이 날 때마다 운문사를 여행하면서 귀여운 딸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절이 평지에 있어 아이와 함께 오기가 너무 좋아요. 사찰의 역사적 의미를 새기며 봄꽃을 감상하곤 합니다. 물론 사진도 많이 찍죠. 주변에 이만한 힐링 공간이 또 있나 싶네요. 다만 아쉬운 건 여긴 솔숲길이 유명한데 유모차를 끌고 걷을 수 없다는 게 아쉽습니다. 사리암 올라가는 솔숲에 진달래가 한창입니다 그쪽으로 가보시지요.”
기자의 다음 목적지까지 안내해주는 친절함에 감사하며 사리암으로 향했다. 길은 트레킹이나 산책을 하려는 여행자들로 북적였다. 빠른 걸음으로 20분, 느린 걸음으로는 30분쯤 걸리며 숲 곳곳엔 진분홍색 진달래가 피어 있고, 은은한 소나무 향이 풍겨왔다.
향기에 취해 걷다 보니 어느새 937계단을 올라야 만날 수 있는 사리암 입구다. 따뜻한 날씨 때문일까? 계단을 오르다보니 땀이 흘렀다. 오르는 길에 약수터가 있어 미리 준비해 간 물병에 물을 담아 마시니 답답했던 몸이 시원해졌다.
해탈교를 지나 나반존자를 모신 암자에 도착했다. 나반존자는 석가모니가 열반에 든 뒤 미륵불이 나타나기 전까지 중생을 제도하는 부처다. 그 원력이 영험해 많은 불제자들이 찾는다고 했다.
암자에서 내려다보니 수려한 산세에 군데군데 산벚꽃이 피어 있어 수채화를 보는 듯 환상적인 아름다움 속으로 빠져들었다. 예불에 참여한 뒤 공양간으로 직행해 무료로 제공되는 점심을 먹었다. 건강을 선물 받은 듯 뿌듯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는 조지훈의 시구를 떠올렸다. 누구나에게 생기는 번뇌. 그로 인한 아픔과 스트레스에 시달릴 될 때,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봄 향기 그윽한 운문사를 찾아보면 어떨까.
/민향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