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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상상·주변 사람들이 이야깃거리로”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3-03-27 18:28 게재일 2023-03-2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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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소설가 김살로메<br/>‘제13회 천강문학상’ 대상 수상… 소설 ‘뜻밖의 카프카’ 영예<br/> 독특한 서사적 언어·재미와 개성있는 스타일 등 높이 평가 <br/> 지어내는 이야기 속 진실 찾아가는 과정서 힐링·희열 느껴
김살로메 소설가

“‘하늘에서 내려온 붉은 옷의 장군’이라는 의미로 천강 홍의장군이라고 일컬은 의병장 곽재우 장군의 이름 하나만으로도 그분의 삶이 얼마나 구국의 결의에 차 있었는지 짐작이 갑니다. 왜의 침입에 온몸과 마음을 다한 장군의 처절하고 애끓는 삶을 돌아볼 수 있게 되어 더욱 의미가 깊었습니다.”

곽재우 장군은 일본이 명나라 정벌을 구실로 조선을 침입한 임진왜란 당시, 전국 최초로 의병을 일으켜 나라를 지킨 의병장이었다. 후대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불멸의 인물 중 한 분이 되었다. 이를 기리고자 장군이 태어난 고장인 경남 의령군은 매년 축제를 열고 문학상도 개최한다. 근래 문학에 정진하는 이들이 가장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상중 하나가 된 ‘천강문학상’의 수상자가 포항에서 나왔다. 참으로 영광스러운 일이다.

제13회 천강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 수상자인 김살로메 소설가를 지난 26일 만나 그녀의 문학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 수상에 대한 소감은 어떠한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기쁘면서도 당황스럽다. 수상한다는 건 언제나 상대적이다. 심사위원님들 눈에 더 좋은 작품이 있었다면 당연히 선에서 밀렸을 것이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수상작 ‘뜻밖의 카프카’는 어떤 소설인가.

△우리 삶은 불통과 불가해와 부조리의 진행형일 때가 많다. 그것을 카프카적 상황에 빗대 직조한 작품이다. 관심이 많은 퀴어 문화도 살짝 곁들여 캐릭터를 구상하고, 등장인물들에 개성을 부여했다. 있음직한 에피소드를 씨줄과 날줄로 엮는 일이 즐거웠다.

 

-본심 심사평에서 ‘작가적 역량의 출충함’과 ‘서사적 재미를 지속시키는 힘이 경탄스러웠다’는 상찬을 받았다.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나?

△완전히 만족한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재미와 공감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작업이 소설이라고 생각하기에 독자의 몰입을 유도하려고 신경 썼다. 문체는 기본이고, 개연성도 확보되어야 한다. 독자의 경험이 소설적 상황에 투사되면 주제에도 자연스레 맞닿게 된다. 심사위원들도 그런 점을 좋게 봐준 것 같다.

 

-깊은 성찰의 결과를 독특한 서사적 언어로 풀어내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데.

△깊은 성찰은 잘 봐주셔서 그렇게 얘기하는 것 같고, 서사적 언어가 독특하다는 것과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것은 작가로서 들을 수 있는 최대의 찬사 아닌가.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보겠다. 서사를 구축하는 데는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가끔 희열을 맛본다. 다만 그것이 독자에게 얼마만큼 다가갈 수 있는지를 늘 고민한다.

 

-문학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었던 계기가 있다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였다. 나이 차이 나는 오빠들이 책을 사다 날랐다. 읽으면서 나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선천적으로 잠재된 상념의 방향이 문학쪽으로 기운 게 아닌가 싶다. 그것이 소설 장르였다는 것 또한 내 기질과 무관하지 않다. 지어내는 이야기 속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게임처럼 재미있고 때론 지치지만 분명 힐링이 된다.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해 활동했다. 그동안 문학활동에 대해 소개한다면.

△가열차게 활동 하지는 못했다. 소설집 한 권과 에세이집 두 권을 펴낸 것이 가시적 문학 성과물의 전부이다. 잡생각이 많고 게으른 편이다. 도서관이나 학교 등에서 문학 수요자들을 만나 함께 성장하는 즐거움도 주요한 문학 활동이다. 신문사에 꾸준히 칼럼도 연재한다. 이런 모든 것들이 더 나은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된다.

 

-공식 문학 관련대회에서 첫 수상한 순간은.

△대학 때 천마문학상 소설 부문에 당선되었다. 모교보다 이웃 대학에서 더 많은 상금을 주기에 응모했던 기억이 난다. 내남없이 힘들던 학창 시절이라 여러 모로 큰 도움이 되었다. 그 상을 계기로 소설을 계속 써도 되나, 하는 꿈을 꿨던 것 같다.

 

-현재까지 발표한 문학작품들은 어느 정도 되며 소재는 주로 어디에서 얻는지?

△위에 말한 것처럼 활발한 활동을 한 편이 아니다. 하지만 발표되기를 기다리는, 아직은 더 들여다 봐야할 소설들과, 발표되었지만 책으로 묶지 못한 잡문들이 있다. 그것들을 정리할 생각이다. 소재는 당연히 주변에서 얻는다. 거기에다 자료를 수집하거나 상상으로 아이디어를 추가한다. 소설 쓰기는 예술의 영역이 아니라 노동에 가깝다. 노동은 시간과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작가로서 좌우명이 있다면.

△힘 빼자, 건강부터 챙기자 이 두 가지이다. 힘이 들어가면 그만큼 꼬이는 작업이 되더라. 충분히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답이더라. 무심하게 써내려간 작품들이 와닿을 때가 많다. 천식으로 오래 고생하고 있기에 건강이 글보다 우선이다. 느긋이 쓸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바람도 듣고 싶다.

△어디 삶이 계획대로만 되는가. 새로운 소설집도 준비하고 있고, 스페인 여행기도 올해 안으로 갈무리해서 여행산문집도 낼 생각이다. 계획은 계획이라서 말하기 좋다. 서두르지 않고 찬찬히 들여다볼 참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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