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근로 단위 ‘주’→‘월·분기·연’ 확대<br/>“장시간 노동으로 삶의 질 저하 우려<br/> 근로시간저축계좌제도 실효성 의문”<br/> 노동계·MZ세대 노조 등 부정적 입장<br/>
한국리서치, 케이스탯리서치 등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천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응답이 40%, ‘반대한다’는 응답이 54%로 나타났다. 특히 핵심 경제활동 인구인 40대는 부정 평가가 78%, 30대와 50대도 부정 평가가 각각 67%에 달했다. 이유는 불규칙하고 장시간의 노동으로 삶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거다.
현재의 주 52시간제는 획일적이고 경직적인 주 단위 상한 규제방식이어서 다양하고 고도화되고 있는 노사의 수요를 담는다는 차원에서 고용노동부는 근로자의 선택권·건강권·휴식권 보장을 위한 근로시간 개편안을 마련했다. 연장근로 단위를 ‘주’에서 ‘월·분기(3개월)·반기(6개월)·연(1년)’으로 확대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이다. ‘바쁠 때는 일을 많이 하고, 좀 한가할 때는 최대한 휴식을 즐기자’라는 취지가 담겨 있다. ‘반기’는 현행 312시간에서 250시간(80%),‘연’은 현행 624시간에서 440시간(70%)만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정부에서는 연장근로를 휴가처럼 적립한 뒤 기존 연차휴가에 더해 안식월처럼 장기 휴가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저축계좌’를 도입하기로 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이론은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연장근로를 2시간 한 근로자에게는 연장근로 수당 비율인 1.5를 곱해 3시간의 휴가를 준다. 바쁠 때는 연장근로를 한 뒤 한 달짜리 장기 휴가도 갈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직장인이 체감하듯 실제 장기 휴가를 즐기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포항시민 김모(48) 씨는 “장단점이 있겠지만 지금 52시간제도 잘 안 지켜지고 연차나 휴가도 못 쓰는 직장인들이 많다. 노동시간 감축이 세계적인 추세인데 개편안이 MZ세대뿐 아니라 노동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19~59세 2만2천명을 조사한 결과, 2021년 근로자가 부여받은 연차휴가는 평균 17일이지만 사용한 휴가는 11.6일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에 대해 한 노동계 전문가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라고 하는 전문가 집단이 수개월 여론 수렴과 토론을 통해 마련한 안인데 대통령의 한 마디가 연구 결과를 뒤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