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한 부분 되고 싶었다”<br/>초대 크리스털 글로브 주인공
박지원은 13일(한국시간)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에서 열린 2022-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6차 대회 남자 1,000m 2차 레이스에서 1분25초359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뒤 남자 5,000m 계주에서도 마지막 주자로 우승을 이끌었다.
12일 남자 1,500m에서 우승한 박지원은 이번 대회에서 3관왕에 올랐고, 월드컵랭킹 총점 1천68점을 마크해 2022-2023시즌 월드컵 개인 종합 1위에 등극했다. 그는 2위 홍경환(674점·고양시청), 3위 스티븐 뒤부아(668점·캐나다)를 큰 차이로 제치며 시즌 종합 우승자에게 주는 ‘크리스털 글로브’를 거머쥐었다.
월드컵 1차 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딴 박지원은 2차 대회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3개를 목에 걸었고, 3차 대회에서는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획득했다.
4, 5차 대회에서 각각 3관왕과 2관왕에 오른 박지원은 올 시즌 마지막 월드컵 대회에서도 3관왕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날 박지원의 레이스는 대단했다.
그는 남자 1,000m 결승 초반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다.
결승선을 3바퀴 남기고 3위로 달리던 박지원은 선두 자리로 치고 올라서기 위해 속력을 높였지만, 앞선 선수들에게 막혀 공간을 만들지 못했다.
박지원은 다시 한번 이를 악물었다. 아웃코스로 빠져나가 질주를 이어갔다.
그는 마지막 바퀴에서 파스칼 디옹(캐나다), 루카 스페첸하우저(이탈리아)를 한번에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라선 뒤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박지원의 종합 우승은 의미가 깊다.
ISU는 올 시즌 월드컵 창설 25주년을 맞아 월드컵 1∼6차 대회 성적으로 남녀 종합 1위를 선정해 특별 트로피인 크리스털 글로브를 수여했다. 박지원은 초대 수상자가 됐다.
박지원은 그동안 오랜 무명 생활을 거쳤다.
2015-2016시즌 태극마크를 달았던 박지원은 린샤오쥔, 황대헌(강원도청) 등 주요 선수들에게 번번이 밀리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며 먼발치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올 시즌 태극마크를 다시 단 박지원은 남자 대표팀 에이스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은 에이스 황대헌의 부상 낙마로 올 시즌 전망이 어두워 보였지만, 박지원이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하며 공백을 훌륭하게 메웠다.
박지원은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2022-2023시즌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이날 시상식에서 대형 트로피를 받은 박지원은 ISU와 인터뷰에서 “크리스털 글로브 초대 우승자가 돼 쇼트트랙 역사의 한 부분이 되고 싶었다”며 “그것을 해낸 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