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외교참사로 국익 훼손”<br/>국민의힘 “확대해석 하지 말라”
한-이란 의원친선협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따른 국내 이란 동결 자금 문제로 그렇지 않아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이란 관계에 이번 일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며 정부의 사과를 촉구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정책조정회의에서 “어제 주한이란대사관이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에 대한 우리 정부의 해명을 요구했다”면서 “윤 대통령은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는커녕 스스로 외교 참사를 일으키며 국익을 훼손하고 국격을 갉아먹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뿐 아니라 이란 주재 한국대사를 초치해 (윤 대통령의 발언에) 강력히 항의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에 대한 해명도 촉구했다”고 말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발언으로 아들과 딸을 이란에 파견 보낸 부모들은 매일 가슴을 쓸어내리게 됐다”면서 “강남 테헤란로는 졸지에 이적 국가의 거리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한국 선박 추가 억류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2021년 1월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박 한국케미호를 나포하고 선원들을 억류한 바 있다.
안민석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2021년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 선박을 100일간 억류한 사건이 있었다. 제2의 그런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면서 “어떻게 보면 우리가 (그들에게 선박 억류의) 빌미를, 해명의 여지가 없는 자극적 빌미를 줘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은 윤 대통령을 두둔하고 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이날 “대통령이 ‘이란은 한국의 적’이라고 발언했다면 부적절했겠지만, 아랍과 UAE를 언급하면서 (장병) 격려 차원에서 한 말이 왜 외교참사냐”고 말했다. 윤재옥(대구 달서을) 의원도 “윤 대통령의 UAE 순방은 아주 많은 성과를 거뒀다”면서 “엄청난 외교적 성과를 냈는데 불필요하게 확대 해석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처를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이란 외무부 성명에 따르면 레자 나자피 법무·국제기구 담당 차관은 18일(현지시각) 윤강현 한국대사를 불러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우호적 관계를 방해하고 지역(중동)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즉각적인 설명과 입장 정정이 필요하다”고 항의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