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48명 비판 공동성명·대통령실 해임 발언 반박<br/>해당 행위 잇단 지적·뒤집힌 여론조사결과 ‘발등 불’
오는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갈림길에 섰다.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및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된 것과 관련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나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7일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정면 반박했기 때문이다. 친윤계의 견제로 뭇매를 맞으면서도 ‘반윤’을 부정하고 친윤을 자처한 나 전 의원은 이처럼 대통령실의 ‘못 박기’로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나 전 의원은 측근과 내부 논의 끝에 18일 참석이 예정됐던 대전시당 신년 인사회 일정 등을 전면 취소했다.
나 전 의원은 대통령실 반응에 대한 입장과 출마 의지 등을 묻는 질문에 말을 아끼고 있다. 그동안 사실상 당권 도전 결심을 굳혔다는 관측이 중론이었으나 향후 거취에 관한 고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초선의원 48명이 전날 공동성명을 통해 “본인의 희망에 따라 맡긴 2개의 장관급 자리를 무책임하게 수행한 데 대해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책임을 물었는데도, 참모들의 이간계 탓으로 돌렸다”면서 “나 전 의원에게는 대통령이 악질적인 참모들에 둘러싸여 옥석 구분도 못하는 무능한 지도자로 보이나”라면서 맹비난을 했다. 재선 의원들도 나 전 의원이 불출마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비판 성명을 낼 것으로 알려져 당내 입지가 더 좁아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친윤계에서도 나 전 의원을 비난하며 연일 불출마를 압박하고 있다. 친윤계 의원들은 대통령과 갈등을 빚는 당대표가 들어선다면 차기 총선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쟁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 자리를 해임한 대통령의 결정을 과도하게 자의적으로, 본인에게 편리하게 (해석)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나 전 의원의 출마 여부와 관련해서는 “책임 있는 정치인의 길을 걸어왔던 분답게 책임 있는 결정을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페이스북에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를 경계하고 견리사의(見利思義·이로운 것을 보았을 때 정의를 생각한다)를 되새긴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나 전 의원을 에둘러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친윤계 초선 박수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초선 의원 성명서를 게재하며 “더이상 대통령과 당을 분열시키지 마시기 바란다”고 썼다.
이처럼 당 내부 및 대통령실의 나 전 의원 저격이 이어지며 나 전 의원이 받는 압박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뒤집히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으로, 일단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순방 일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공식 발언 등을 자제하며 상황을 주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고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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