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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으로 노을 보러 오이소

김순희 시민기자
등록일 2023-01-03 17:51 게재일 2023-01-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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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 걷고 스페이스워크 오르고<br/>일출·일몰 모두 즐기기 좋은 포항
해맞이공원 정상에 자리 잡은 스페이스워크.
“22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는 친구가 있어요. 포항에 이틀 머물 건데, 볼거리 좀 추천해주셔요.” 옆 교실에 근무하는 캘리그라피 선생님은 여수가 고향이라 포항에 대해 잘 모른다며 여행 코스를 짜 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가끔 물어오는 지인들이 있다. 포항에 대해 글을 쓰기 전에는 어디라고 콕 집어 말하기 힘들어 우물쭈물했었다. 5년간 포항 곳곳을 찾아다니며 글을 쓰다 보니 이제는 소개할 곳이 많아서 어디부터 알려주나 하며 망설이게 되었다.

한겨울에 포항에 온다니 유채꽃 가득한 광장을 배경으로 한 호미곶은 보여주기 힘들고, 고슬고슬하게 핀 이팝나무 군락지도 사진으로만 소개할 뿐이다. 최근 블로거들에게 인기 있는 곳으로는 파도가 다릿발을 흔드는 짜릿함을 맛보는 이가리 닻 전망대, 근처의 곤륜산으로 가파르게 오르면 초록으로 덮인 활공장과 멀리 파란 수평선을 동그랗게 안고 있는 항구마을을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어서 더 인기다.

두 개의 노을 코스를 알려주었다. 첫 번째는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을 출발지로 잡고 거닐다 바다를 향해 자리를 잡은 카페 아무 곳이나 들어가 바다멍을 때린다. 구불구불 드라이브 삼아 해파랑길을 따라가다 해질 무렵 대동배 2리에서 일몰을 맞는다. 해파랑길 15코스는 일출 명소인 포항에서 일몰을 볼 수 있는 멋진 곳이다. 모아이상바위, 용바위를 찾아 해파랑길을 걸으면 속살거리는 파도 소리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러다 문득 서쪽 하늘을 보면 뉘엿뉘엿 지는 해가 구름 사이로 빛을 쏟아 내릴 때 감동이란 환상 그 자체이다.

어스름이 내려앉을 즈음,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였던 구룡포 근대 문화 역사 거리로 운전대를 잡는다. 이곳은 드라마가 인기를 얻은 후로 늘 사람이 붐비는 곳이다. 하지만 저녁 무렵엔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 거리가 조용해진다. 오롯이 우리들만의 거리가 된다. 낮은 조명이 켜진 거리를 걸으면 옛사람이 된듯한 기분을 느낀다. 그러다 이 분위기에 어울리는 ‘여든여덟 밤’이란 전통 찻집 앞에 발길을 멈춘다. 마지막 손님으로 들어가 첫물로 따서 만든 우전을 주문한다. 은은한 차향이 주위를 맴돈다.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게 두런거리다 거리를 빠져나오면 하루가 저문다.

두 번째 날에는 포항의 중앙상가로 나간다. 50년 넘은 빵 가게 ‘시민제과’에서 사라다빵과 밀크쉐이크로 새참을 먹는다. 포항에서 처음 로스팅을 한 나이든 신사가 내려주는 커피가 있는 아라비카에서 커피나무에 빨갛게 열매가 익어가는 것을 보다 보면 오후가 깊어진다.

그때는 해맞이공원 정상에 자리 잡은 스페이스워크에 오른다. 자연스럽게 흔들리도록 디자인한 구조물을 설레듯 걷다가 서쪽으로 지는 해를 보는 건 포항이 방문객에게 안겨주는 선물이다. 넋 놓고 바라보며 인증샷도 한껏 찍어라. 내려오기엔 아쉬운 마음을 갖고 산을 내려와 여남 바닷가로 간다. 자연산 물회 전문점 대화회집에서 바삭바삭한 가자미구이로 입가심을 하고 물회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운다. 바다를 한 그릇 마시는 기분이 들 것이다.

한껏 부른 배를 소화 시키려면 조금 걸어보자. 가까이에 해상스카이워크가 밤에는 화려하게 조명을 밝힌다. 가까이 가면 파도 소리가 먼저 반긴다. 어두운 밤바다라 보이는 게 없어서 섭섭할까 봐 파도가 쏴아쏴아 존재감을 과시한다. 소리멍을 때릴 차례다. 한참 듣다 보면 마음 깊은 곳까지 시원해진다. 스카이워크의 불빛 따라 거닐면 금방 소화가 다 된다. 돌아 나오며 북부 바다에 영일대 누각의 야경을 덤으로 보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포항은 일출과 노을을 함께 감상하기에 안성맞춤한 곳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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