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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첫사랑

백소애 시민기자
등록일 2022-12-11 19:18 게재일 2022-12-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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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추억으로 남은 첫사랑의 사진.
1952년, 전쟁이 끝나지 않은 그때 청송군 진보면에 살던 박상완 할아버지는 진보중학교에 재학 중이었다. 교복을 입은 젊은 날 박상완 옆에는 단아한 한복을 입은 여인이 있다. 바로 할아버지의 동네 ‘여사친’이다.

상급학교로 진학을 못한 경우가 다반사였던 시절, 교복을 입은 할아버지와 달리 친구는 일상복을 입고 있다. 중학교에 가지 못한 것이다.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를 붙잡고 아련한 눈빛을 한 소년과 소녀는 이후 헤어져 서로의 안부조차 모르는 시간이 흘렀다.

70년 세월이 지난 2022년에도 할아버지는 지갑 속에 그 옛날 추억의 사진을 간직하며 지낸다. 사랑과 우정 사이를 의심하고 난 후 할아버지가 내린 결론은 요즘 말로 ‘썸’을 탔던 사이로, 그녀가 자신의 첫사랑이라는 거다.

옛 사진을 여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비단 그녀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의 모든 것을 그리워해서다. 어려웠던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과 젊은 날의 부모님, 정이 오갔던 이웃과 해맑은 친구들까지, 그 모두를 그리워하는 것이리라.

누군가의 어머니, 할머니가 되어 있을 그녀를 만난다면 세월이 무상하지만 찬란했던 젊은 날의 추억의 아름다웠노라고 말하고 싶다고 한다. 황혼의 나이에 청춘의 한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이 흠 될 것은 없다지만, 그래도 쉿! 할아버지의 가족에겐 비밀이다. /백소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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