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학교로 진학을 못한 경우가 다반사였던 시절, 교복을 입은 할아버지와 달리 친구는 일상복을 입고 있다. 중학교에 가지 못한 것이다.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를 붙잡고 아련한 눈빛을 한 소년과 소녀는 이후 헤어져 서로의 안부조차 모르는 시간이 흘렀다.
70년 세월이 지난 2022년에도 할아버지는 지갑 속에 그 옛날 추억의 사진을 간직하며 지낸다. 사랑과 우정 사이를 의심하고 난 후 할아버지가 내린 결론은 요즘 말로 ‘썸’을 탔던 사이로, 그녀가 자신의 첫사랑이라는 거다.
옛 사진을 여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비단 그녀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의 모든 것을 그리워해서다. 어려웠던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과 젊은 날의 부모님, 정이 오갔던 이웃과 해맑은 친구들까지, 그 모두를 그리워하는 것이리라.
누군가의 어머니, 할머니가 되어 있을 그녀를 만난다면 세월이 무상하지만 찬란했던 젊은 날의 추억의 아름다웠노라고 말하고 싶다고 한다. 황혼의 나이에 청춘의 한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이 흠 될 것은 없다지만, 그래도 쉿! 할아버지의 가족에겐 비밀이다. /백소애 시민기자